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가이희정 Apr 29. 2019

2. 바람 타는 나무

2. 나무에게서 배웁니다.

2018. 귀덕리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 수채화



나무에게서 배웁니다.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기대어 있지도 않고 언제나 홀로 서있습니다. 간격 사이에서 서로를 지켜볼 뿐입니다. 


2018. 애월읍 어음리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 수채화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휘어지고 휘몰아치는 바람에 비틀리고 가지가 꺾이면 꺾입니다. 나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이사나 여행은 꿈꿀 수도 없습니다.


2018. 곽지리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 수채화


가지를 하늘로 향한 채 서 있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나무에게는 견디는 힘이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견딘 세월에서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큰 나무는 그림자도 큽니다. 그래서 가끔 나무 아래서 쉼을 얻기도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그림자도 멋스럽습니다. 어둠이 내린 그늘에 앉아 있으면 왠지 나무가 나의 그늘을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바람 타는 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