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가 좋다

비행기 일반석

by 별똥꽃

설레는 또는 불안한 마음과

잠이 부족한 몸이

열세 시간 동안 갇힌 곳은

좁은 의자


앞에는 비행 시작도 하기 전에

의자 등받이를 밀어 재끼는 얄미운 처녀

뒤에는 의자를 발길질하는

보호자 없이 여행하는 청소년 둘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했건만

누군가가 이어폰 꽂는 곳을 망가뜨려 놨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휴가를 보낸 후

설레는 또는 불안한 마음과

잠이 부족한 몸이

열세 시간 동안 갇힌 곳은

다시 좁은 의자


앞에 얄미운 처녀도

뒤에 짜증 나는 청소년도 없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클래식 선율이 온몸에 독처럼 퍼져 나가고

무념무상에 근접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은 소박한 만족감


그리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그리 초라하지도 않은

비행기 일반석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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