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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23. 2022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나름 만족스럽다

그간 살을 많이 빼긴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지 못했고, 여전히 살을 더 빼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8월 중순경 시작한 다이어트가 이제 4개월가량 지속된 것이고, 그간 나는 15킬로가량 감량했다. 그런데 처음 한두 달에 5킬로 그램씩 빠지던 속도는 점점 줄어들어, 이번달에는 1킬로가 겨우 빠질까 말까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며 내 몸을 몰아붙이는 나의 정신력은 꼭 인정머리 없는 경영자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너무 힘들다고,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고, 좀 쉬엄쉬엄하자고 하는  나의 몸은 삐걱거리고,  비틀거리고, 가다가 멈추고,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나의 정신력과 나의 체력을 조화시켜가며 계속 내가 정한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나름 연구 중이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잠이 부족한가? 영양분이 부족한가? 비타민 과다 섭취인가? 운동이 너무 심한가? 식사량이 너무 많은가? 식사 시간이 너무 늦은가? 등등 하루에도 수많은 질문이 떠오르고 나는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나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살이 빠지는 속도도, 2주간의 겨울 휴가 중에 싸들고 온 일을 하는 속도도 느리다. 처음 이틀간 일한 양의 이분의 일을 그다음에는 이틀 간격으로 완성했다. 그나저나 소설미디어에 올라온 동료들의 근황은 매일 해외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사진들 뿐인데, 십 년이 지나도록 나는 아직도 휴가 중에 일을 싸들고 와서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근무시간에만 주어진 일을 하면 되는 환경이면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겠지만, 해야 되는 모든 일을 근무시간에 다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나의 미련한 삶은 계속된다. 남의 돈 버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 있겠는가?!


대신 이렇게 미리 일을 해두면 남은 일 년간 나는 칼퇴근을 하고 집에 온 이후에는 오로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지난 이십 년간 점점 불어난 살이 어디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는가? 이만큼 온 것도 참 용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 또한 용하다. 내가 남자라도 나 같은 여자를 만난다면 반할 것이다. 요즘은 이런 나르시시즘에 빠져 산다. 유난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성공한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남편도 있고, 이제 성인이 되어 가는 자식도 둘이나 있고, 석사 학위도 있고, 대출 다 갚은 아파트도 있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도 있고, 큰 병 없이 건강하고, 게다가 처녀 적 몸무게로 돌아가고 있다. 내 지나온 발자취 속에 나름 많은 것을 이루었다 싶다. 그래서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지만 나는 결과에 나름 만족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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