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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Apr 12. 2024

구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

크로스핏이 내게 준 것

지난주 클린 앤 저크clean&jerk 145lb(65kg) 무게 수행에 성공했다. 5년 전 135lb가 받아지질 않아 아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임신-출산-육아로 가진 4년의 공백기와 1년의 새로운 시작을 거쳐 전체적으로 기록이 많이 좋아졌다. 스내치snatch 110lb 성공, 백스쿼트back squat 230lb, 반동 없는 정자세 풀업stritct pullup 1개 성공 등 개인 기록(PR) 경신이 연이어져 기분이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스쾃^-^


크로스핏은 기록 운동이다. 무게나 갯수 등 명확한 숫자를 통해 현재 내 몸 상태와 운동능력 파악이 가능하다. 과거와 현재 기록을 비교할 수 있어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예전보다 5파운드 더 들어 올릴 수 있는 나, 같은 시간에 한 개 더 수행할 수 있는 나, 안 되던 동작이 되는 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


크로스핏에 입문하기 전 5년 간 임용고시 준비를 했었다. 크로스핏을 시작했을 즈음 임용고시를 접고 소설을 쓰겠다며 창작 수업에 등록해 첫 습작을 썼다. 수험생의 목표는 고시 합격이고 습작생의 목표는 등단 혹은 출간일 것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문제는 과정이다. 임용고시는 명확하게 정해진 합격선이 없다. 1차 주관식으로 치러지는 시험에서 내가 쓰는 답이 모범 답안에 가까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교육청에서 모범 답안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시 공부 과정은 어두운 터널을 손안에 든 작은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공부했고 그 공부가 시험 합격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문학 창작은 그 손전등도 없이 내 오감에 의지해 터널을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등단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점수조차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 곧 문학이다. 소설을 평가하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좋은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이 백 개가 나올 수 있는 문학의 세계는 매력적이고 가혹하다. 어제 내가 쓴 문장보다 오늘 고친 문장이 나은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아진 것인지, 나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문학 공모전에 원고를 보내면 답은 오지 않는다. 낙선하면 왜 낙선했는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어두운 동굴 속을 빛도 없이 걸어가야 하는 고통은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오늘의 내가 되고 싶다. 수치화되지 않는 추상적인 문학의 세계 속에 아직까지 발을 붙이고 살 수 있었던 건 구체적인 기록의 세상인 크로스핏이 나를 붙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1파운드 더 들고, 1초 더 빠르게 와드를 끝내고, 조금이라도 성장한 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속에서 나는 안심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삶 자체가 형이상학적이기에, 허공에 떠 있는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로스핏과 같은 실제적인 중력에 내 몸을 묶어 둔다. 내가 확실하게 삶을 견인하고 있다는 증거를 원한다. 곧게 편 허리, 가능한 오래 지치지 않는 심장, 튼튼한 팔과 다리가 내 삶의 증빙 자료다.


물론 잘 안되는 날도 있지만~일단 했다는 것부터가 어제보다 낫다는 것~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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