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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Apr 24. 2024

중력을 거스르는 나비와 같이

애증의 풀업을 대하는 마음가짐

풀업(턱걸이)을 잘하면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호랑이에게 쫓기다 가파른 벼랑에 맞닥뜨렸을 때 호랑이는 매섭게 달려오던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해 벼랑 아래로 추락하고 나는 간신히 벼랑 끝을 잡고 버텨 위로 몸을 일으킬 때 쓸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지난주 꿨던 꿈이고 꿈속에서 나는 매일 턱걸이 훈련을 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간힘을 쓴 결과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었다.


내겐 아직도 어려운 풀업


풀업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하체는 스쿼트 상체는 풀업이라고, 인간 3대 근육 중 하나인 광배근 단련에 풀업이 가장 좋다고, 기본 중에 기본 운동이라고,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스쿼트는 앉았다 일어서면 된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다. 풀업은 철봉이 있어야 한다. 철봉에 매달려야 한다. 매달려서 내 몸을 위로 끌어당겨야 한다. 내 상체 근력 전체를 쥐어짜 내야 한다. 발 밑이 아득한 낭떠러지고 지금 내 몸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어도 도저히 끌어당겨pull 올라갈up 수 없다.


크로스핏에 입문한 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동작이 풀업이었다. 지금도 어려운 동작이 풀업과 풀업 관련 철봉 동작이다. 크로스핏에서는 정자세 풀업도 강조하지만 키핑 풀업keeping pull up을 기본으로 한다. 철봉 바bar를 잡은 상태로 몸을 앞으로 내밀어 아치arch 자세를 만들고 뒤로 빼면서 할로우hollow자세를 취한다. 몸을 활처럼 앞뒤로 파닥거리며 몸 전체가 날갯짓을 한다. 앞뒤로 흔들리는 몸이 바 뒤로 온 순간 상체로 바를 당기고 하체, 특히 엉덩이를 위로 차 올리며 내 몸을 위로 떠 올린다.


철봉을 잡고 상체 근력과 하체 근력의 협응을 이뤄내 몸을 위로 튕겨 올리는 동작은 아름다웠다. 매달리기도 잘 못 하던 초보자의 눈에 키핑 풀업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날아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를 위해 철봉 아래 박스를 놓고 점프해서 턱걸이하는 연습, 보조밴드를 걸고 하는 풀업, 정자세 풀업으로 상체 근력 키우기 등 한 단계씩 차근차근 연습했다. 밴드 없이 첫 키핑 풀업 한 개를 성공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와드에서 키핑 풀업을 할 수 있기까지는 또 몇 달이 더 걸렸다. 풀업 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풀업이 와드에 나온 날은 일부러 박스에 안 나갈 때도 있었다. 내 몸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진실이 버거웠다.


크로스핏 키핑 풀업


중력은 우리의 몸을 지상에 단단히 묶어 둔다. 중력이 있어 우리가 우주로 튀어나가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되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 중력이 있어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 나는 내 몸의 무게를 한시도 잊을 수 없다. 중력이 곧 몸이다. 내 몸은 중력의 실체화다. 인간의 몸은 날개가 없고 날개가 없는 인간은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없다. 인간의 몸은 날 수 없다.


정말 날 수 없나? 잠깐이라도 중력에 저항해 내 몸을 허공으로 띄울 수 없나?


그토록 하기 싫은 풀업이지만 내가 풀업에 매료된 건 잠시나마 중력을 거슬러 위로 날아오르는 순간의 쾌감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 근력과 효율적인 기술 수행이 어우러져 잠시나마 공중에 뜰 수 있다는 건 중력에 대항해 얻어낸 찰나의 성공이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을 거스를 때의 반항심. 몸으로 몸을 망각하는 훈련의 성취감.


크로스핏의 키핑 풀업 다음 단계가 키핑 동작을 한 동작처럼 연속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버터플라이 풀업 기술이 있다. 나비가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동작에 어우러지는 이름 아래 바에 매달린 육체는 잠시나마 중력을 잊고 가벼워 보인다. 오늘도 나는 가볍게 날아오르기 위한 연습을 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나비와 같이 내 몸을 사용하는 연습을 한다.


내 몸이 가장 무겁지만 내 몸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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