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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Oct 29. 2024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것도 재미있겠다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배우기 시작함

여러분, 이제 물구나무서서 걸으셔야죠?


주말 체조 수업, 아침잠을 반납하고 모인 이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핸드스탠드 워크handstand walk를 향한 열정 때문이라고 쓰고 준비 운동으로 물구나무서기를 열심히 해서라고 읽는다. 핸드스탠드 푸시업handstand push up을 처음 배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실 거의 9년 전 일이고 곧 10년 전 내가 핸푸를 배웠을 때, 라고 고쳐 써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크로스핏에 본격 입문한 지 10년, 내가 나 자신에게 과제를 준다. 머슬업과 핸드스탠드 워크를 성공시켜 10주년 셀프 기념식을 해라...!


아득한(?) 과거


근데 왜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야 하는 거지? 굳이?

체조 수업을 듣기 위해 나서는 내게 남편이 묻는다.

그러게, 잘 걷는 두 다리가 있는데 왜 거꾸로 서서 두 팔로 걷는 법을 배울까?


벽에 발끝을 대고 물구나무서기부터 시작한다. 벽에서 발을 뗀다. 지지대 없이 거꾸로 몸을 곧게 펴는 연습을 한다. 이제 중력을 거슬러 내 몸을 받치는 건 다리가 아닌 팔이다. 저희가요? 당황한 두 팔의 떨림을 진정시킨다. 너희들 왼팔 오른팔, 둘만의 힘으로 우리 온몸 전체를 이끄는 주도권을 가져보고 싶지 않니? 아니요. 힘이 빠진 팔이 무너지고 내 몸은 앞으로 고꾸라진다. 혹은 뒤로 넘어간다.


팔로 내 몸 전체를 지탱하려면 어깨로 지면을 굳게 밀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몸을 바로 세우는 코어 힘과 다리를 조절하는 힘도 중요하다. 갑자기 허공 위로 올라가 당황한 나머지 자꾸만 앞으로 넘어가려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곧게 세운다. 결과적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을 주는 방향의 낯선 느낌에 거꾸로 선 몸은 휘청거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 다리만으로 일어나 걸음마를 뗐을 때 나는 어땠을까? 내 첫 걸음마의 기억은 없으니 내 아이의 걸음마 순간을 되새긴다. 소파든 장식장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잡고 일어서기부터 시작해, 앉았다 일어섰다 무한 스쿼트, 잡고 옆으로 이동하기, 손 떼고 일어서서 버티기, 양손을 들고 균형을 잡아가며 걷기, 걷기, 계속해서 걷기, 달리기, 그 과정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넘어지기.


세상 제일 행복 ^ㅇ^


능숙하게 걷고 뛰기까지 아이는 많이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웃었다. 일어서서 걷는 행위 자체가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는 듯 온몸과 마음을 다해 즐거워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몸에서 서서히 힘을 빼며 자연스럽게 걷는 연습을 연습이라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걷기 연습이 너무 즐거워 멈출 수 없다는 듯이 아이는 뿌듯한 미소로 걸었다.


내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하나의 놀이법이다. 습관화된 걷기, 체력 단련 등의 이유를 붙여 의무라고 여기는 순간 지루해지는 운동을 바꿔 볼 수 있을까. 놀이터에서 아무 이유 없이 달리는 것만으로도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를 바라보며 내 몸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아이를 깨운다.


무거운 것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철봉에 매달리고, 밧줄을 올라타고, 물구나무서서 새로운 방향의 중력을 느껴보기. 익숙하지 않은 낯선 동작을 배우며 둔화된 내 몸을 깨우기.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몸의 쓰임을 거듭해서 익히기. 크로스핏을 십 년 가까이 해 온 것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내 안의 어린아이가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신나게 놀고 싶다. 내 몸을 가지고 놀고 싶다. 몸을 사용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왜 물구나무서서 걸어가야 하는 걸까? 재미있으니까.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다리를 차올리면서 이완된 몸에 힘을 준다. 걸음마를 다시 배운다. 이 나이에 새로 배울 수 있는 몸의 쓰임새가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연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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