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남김없이 충만한 사랑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이는 게 불편한 것은,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있으면, 나는 사랑받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꾸미고 칠을 하고 포장을 한다. 사랑받기 위하여. 과한 치장, 과한 제스처, 과한 고급스러움, 경직된 귀족 문화, 힘들어간 지식인 생태계, 상대에 대한 비난, 상해, 학대, 식민제국의 야욕… 그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귀결된다. 사랑받고 싶은 열망. 사랑받지 못한 분노. 사랑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지 못했음에 대한 슬픔. 다시는 버림 받지 않기 위한 몸짓.
그 모든 행위들은 ‘사랑받기 위함’이라는 내재적 목적을 향해 있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제대로,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충분히 받아본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건 어린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은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 그 자체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부터 온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주고 살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 그런 사랑을 받고 있기에 가능한 몸짓.
가장 자신감 있는 사람은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니까.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로 감사하니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도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으니까. 단 한번도 자신의 존재를 의심한 적이 없으니까.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지점은 사실 거기다.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의심하지 않는 것.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지 않는 것. 자신이 존재하는 사실 그대로 감사한 것. 지금 이 순간 살아 숨쉬는 자체로 심장이 뛰는 것. 나는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이며 그 자체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는 자기 인식. 그 내면화.
가슴 안에 사랑이 가득차 있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다. 사람들의 시선도, 평가도, 비난도, 더 이상 그들을 불편하게 할 수 없다. 그 모든 외부의 것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와 상관없는 것들임을 내면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에도 걸림이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연스럽다. 표정도 몸짓도 걸음걸이도 어느 것 하나 경직되어 있지 않다. 마음처럼 몸 또한 충분히 이완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직된 것은 그 반대에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위로 받는 건 우리가 ‘자연스럽게’ 살고 있지 못해 몸과 마음이 굳어있어서다. 하지만 가슴이 사랑으로 가득차면 몸이 저절로 이완된다. 자율신경계가 생존모드 스위치를 끄고 본래의 편안한 상태로 돌아간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과 같은 상태 ‘자연스럽게’가 되는 것이다. 그 때 우리는 굳이 자연을 찾지 않아도 매 순간 ‘자연과 같이 존재’ 한다. 어떤 외부의 것도 의식하지 않는 존재. 나 그대로 충분한 존재. 두려움을 모르는 존재. 있는 그대로 괜찮은 존재.
무위이화. 애씀 없이 되는 것. 은 이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위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거움에서 벗어난 상태, 모든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상태, 그리하여 어떠한 걸림도 없이 가볍고 투명한 존재의 상태를 말한다. 그랬을 때에라야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마음으로 백 날 애쓸 때 되지 않던 것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아무리 얻으려 해도 되지 않는 건, 실은 내 마음이 반대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힘주지 않고 고여 있지 않고 흐르게 두는 것. 그러면 막혀있던 모든 것이 뚫리고 기가 열리고 혈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고 눈이 밝아지고 얼굴이 환해진다. 일이 안 풀릴 수가 없다. 우리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고 몸과 마음이 밝아진만큼 관계도 일도 나아가 운명도 밝아진다.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사랑으로 충만한 가슴이 있다. 그 블랙홀처럼 뻥 뚫린 가슴을 메꾸려는 모든 몸짓들이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이고 드라마고 역사다.
한 점 남김없이 충만한 사랑으로 가득 찬 가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것보다 강한 것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사랑으로 가득찬 가슴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하여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 자신의 존재에 대해 한없는 긍정과 감사함만 있는 사람. 우주에 편재하는 신의 사랑을 느끼고 인류에 대한 연민과 축복으로 가득한 사람. 그러한 사람만이 그 사랑을 온전히 땅 위에 새길 수 있다. 자신 안에 스스로에 대한 한 점의 의심도 없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오직 가슴에 사랑이 가득 찼을 때만 가능한 것이기에.
그것은 확언과 심상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가슴 속 찌꺼기를 내보내고 환희에 찬 사랑으로 채웠을 때에만 가능하다. 상처 받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용서했을 때 가능하다.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모두를 용서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을 알아챌 때 가능하다. 모든 건 사랑으로 향해 있기에.
우리가 스스로의 본성을 되찾고 이 한 생을 후회없이 살기 위해서 회복해야할 것은 이것이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한 것.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내 가슴을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된다. 누구와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 누구와도 물 흐르듯 지낼 수 있는 사람.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는 사람. 가볍고 투명한 아이 같은 사람. 그리하여 모든 것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대하는 사람. 그리하여 나 또한 그러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것. 무엇도 나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훼손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 괜찮고 있는 그대로 귀하며 있는 그대로 되어지는 것. 그리하여 모든 것이 저절로 흘러가는 것.
나는 지금 그 앞에 와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랑을 내 가슴 가득 채웠기에. 오래 전 잃어버린 신의 사랑을 되찾았기에. 그것은 내 심장으로부터 되찾아진 것이기에. 호흡이라는 신의 축복을 통해 사랑에 도달한 시간들. 자기 사랑이라는 고향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저 말없이 걷는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나의 존재와 지난 모든 시간들에 감사한다. 내가 되찾은 나의 집, 사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