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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May 08. 2019

긍정의 힘 vs 긍정의 배신

삶에 필요한 마음 다스리기와 밸런스에 관하여

조엘 오스틴이라는 미국의 목사는 '긍정의 힘'에 관한 책을 발간하여 책을 200만 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신앙서적으로 분류되어 발간되었지만 이후 많은 강연과 심리 및 커리어 컨설팅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곤 했다. 실제로 이 서적과 긍정주의적 사고를 통하여 좌절에서 일어나 삶을 바꾸게 된 기적이나 병마와 싸우던 사람이 긍정적 사고를 기반한 치료를 통해 쾌유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주의가 널리 퍼질 수 있게 된 단초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의 배신'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기독교와 복음에 기초하여 부흥된 긍정주의가 위기에 대한 대처 의식을 약화시키고 부정적 환경에 대비하는 준비성을 결여시킨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개인은 긍정주의 안에서 자신만의 '긍정'을 위해 살게 되고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 메트릭스'를 양산했다고 했다. 그녀는 진정한 행복과 웃음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가 긍정주의적 사고에서 깨어나 현실적인 시스템과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져야 진정한 유토피아가 실현된다고 했다 (물론, 기본적인 물질적 충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매우 현실적인 조건을 붙이기도 했다).




나는 사실 매우 긍정적인 성향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군 복무 시절 야간 경계 근무를 서다가 짧은 인생을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불평, 불만에 찌들어 살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바꿔가며 살기로 했다.

조금만 더 거꾸로 거슬러 가보면 사실 군입대를 결정했을 때부터 그러한 사고방식이 처음 생겼던 것 같다.

'어차피 가야 된다면 그냥 지원해서 빨리 다녀와서 학업에 쭉 정진하자'는 생각으로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19살의 나이에 자원입대를 했다. 그렇게 군대를 가게 되고 힘든 군생활 도중 더욱더 명확하게 내 사고방식을 철저히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육군 6군단 6공병여단 906 도하중대 출신
부정적 환경과 상황에 처해도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그나마 최선의 결과를 이끌 수 있을지, 최고가 아니라면 무엇이 차선책인지에 집중했다. '부정적 환경'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오직 미래 지향적으로 긍정적 사고만 했다.

그 근간에는 무엇이든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환경에서도 묵묵히 살아남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노라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성향이 오히려 내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진정한 '금수저' 환경이라고 여겼다.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 늘 고민을 한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나와 아내는 철저히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부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철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서로의 커리어와 발전에 있어서 정말 잘 맞는 동반자이다. 우리 부부가 하나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는 자연스레 밸런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긍정주의의 반대는 부정주의 혹은 비판주의보다 현실주의 혹은 현실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긍정주의에 기초한 지나친 낙관과 긍정은 착각과 준비성 결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마치 바버라가 인용한 미국의 금융위기와 그 이유처럼.


내 성향과 지나온 세월들을 보며 생각해보니 나는 긍정주의에 기초한 '장밋빛 미래'의 환상에 가끔 사로잡혀 있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볼 때 'MBA를 마친 훈남 실장님'의 이미지를 내 미래에 각인시켰던 것 같다. 더 노력하지 않아도 성공스럽게 졸업만 한다면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턴쉽이나 더욱더 적극적인 네트워킹 등을 하지 못했던 것이 많아 후회스럽던 적도 있다.

막연한 장밋빛 미래는 독이 되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상황 안에서도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내가 유학을 떠나올 때 작은 외삼촌은 내게 'MBA를 한다고 해서 너무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지 말아라. 그래야 더 자신에게 철저하고 더 좋은 미래를 쟁취한다'라고 조언해줬던 것이 떠오를 때면 이따금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했다.


그러한 밸런스를 찾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이 땅에서 살아남기가 불가능했을는지 모른다.




이 글을 통해서 긍정의 힘 vs 긍정의 배신의 승자를 정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성공스토리와 요인들이 있고, 그것들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눠서 승자를 가려 보자고 해도 그것이 보증된 성공 요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내가 독자들께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과 '밸런스'의 이야기였다.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결정이 결코 감정에 치우치거나 지나친 긍정으로 인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말로 보면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우리 모두 감정과 사고가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과 연습 없이는 위기 및 결정 상황에서 평정심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평상시 여러 가지 상황을 긍정주의적 관점과 미래적 사고방식, 혹은 반대의 현실주의적 그리고 비판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고 복기해볼 수 있는 훈련을 통해서 늘 밸런스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이후라면 우리 중 누군가는 긍정의 힘이 아닌 '밸런스의 힘', '타협의 힘'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고 새로운 사상의 유행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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