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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Kim Feb 20. 2024

둥이의 일과 in Bacolod

'1분 1초가 아깝다.'

  지금부터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둥이의 바콜로드 일과를 간단하게 작성하고자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곳에 온 지 벌써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나갔다. 참으로 믿기지 않고,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이 2주도 안 남았다니ㅠㅠ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이곳에서의 생활이기에 하루하루를 더욱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필리핀에는 물론 자주 놀러 올 거지만 바콜로드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두 달씩 사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둥이는 M양이의 아들 S군이 온 이후로 일일 6시간의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영어수업은 대부분 오전 8시에 시작하여 오후 2시에 끝이 난다. 2시에 선생님들이 가고 나면 내가 재빨리 점심을 30분 안에 뚝딱 만든다. 그럼 2시 반에 다 같이 점심을 먹고, 3시 반에 탁구 수업을 간다. 탁구에서 1시간 개인 레슨을 받은 후에 4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자기들끼리 탁구를 치면서 놀기도 하고, 감자튀김이나 아이스크림 등 간식을 먹으면서 즐긴다.


  그러다 5시 반 경에 집으로 온후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에 수영장으로 달려 나간다. 애들이랑 M양이가 나간 사이에 나는 재빨리 저녁을 준비한다. 준비를 다 한 후, 나도 서둘러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나가 평영 3바퀴, 자유형 3바퀴, 배영 3바퀴를 돈 후 아이들과 샤워를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저녁을 차린 후 밥을 먹고 8시 정도가 되면 아이들이 9시까지 수학 공부를 한다. 그리고 9시가 되면 양치하면서 취침 준비를 한 후 엄마 2명과 아이들 3명 모두 9시 반에 곯아떨어지는 것이다.


7:00 am  기상 후 아침 식사 및 정리 정돈

8 am - 2 pm  영어 수업 (이때 나는 M양이와 밖으로 나간다.)

2 pm - 2:30 pm  점심 준비 및 아이들 닌텐도

2:30 pm - 3:20 pm  점심 식사 후 탁구장 이동

3:30 pm - 4:30 pm  1:1 탁구 수업

4:30 pm - 5:20 pm  탁구 치면서 간식 먹기

5:30 pm - 6:50 pm  저녁 준비 및 수영하기

7:00 pm - 8:00 pm  저녁 먹기

8:00 pm - 9:00 pm  수학 공부

9:00 pm - 9:30 pm  취침 준비 및 꿈나라로


  위 생활이 기본이지만, 매주 화요일에는 테니스 수업이 오전에 있기 때문에 오전에 테니스를 치고, 오후에 영어 수업을 받는다. 또한 토요일 오전에는 그룹 테니스 수업이 있기에 주말에도 늦잠 따위는 잘 수 없다.



...


  내가 해 준 밥이 맛있다고 늘 물개박수를 치며 한 그릇 뚝딱 먹으면서 레시피를 내놓으라고 하는 M양이는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게으름의 끝판왕인 내가, 그녀가 온 후부터는 희한하게 새벽 6시에 눈이 떠지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청소를 하고, 바닥을 닦고, 침대를 정리하고,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나ㅎ 점심밥과 저녁밥을 준비하면서도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그뿐이냐. 어디를 데려가든, 밖에서 무엇을 사 먹든 "세상 이보다 더 맛있을 수 없다며, 그리고 세상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라며 칭찬에 칭찬을 하는 그녀다. 심지어 오늘 테니스를 치러 가는 택시 안에서 그녀는 이런 이야기까지 했다.


  "한나Kim, 내가 죽기 직전에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바콜로드에서 너와 함께한 지금 이 순간것 같아. 내가 너 아니면 이런 호사를 어찌 누려보겠니. 정말 좋다."


  춤춘다 춤춘다~ 내 마음이 춤춘다!

  시켜 시켜, 나를 더욱 시켜라 M양아!!



  사람을 부리고 싶으면 칭찬을 하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던가! ㅎㅎ



...


  탁구 레슨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처음 탁구 수업을 6번 정도 받을 동안에는 둥이는 늘 그만두고 싶다며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선생님이 굉장히 진지하시고, 칭찬에 인색한 분이기에 그런 듯하다. 선생님이 어떤 스타일이냐면 탁구를 가르치면서도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나랑 눈만 마주치면 너희 아이들은 탁구에 소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 -_- 그만둘까 생각하며 7번째 수업을 받았는데, 딱 이때부터 아이들이 탁구감을 잡았는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업을 주 3회로 늘려달라 요청한 것이다. 너희들이 배우고 싶다면야 이 어미가 주 5회도 해줄 수 있따!! 하여 지금은 탁구 수업을 주 3회로 받고 있는 중이다.

  

...


  바콜로드에서의 삶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를 더욱 즐겁게 보내야지 싶다. 우리의 인생도 처럼 그 끝을 알고 있다면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더 즐겁고 재미나게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 끝이 있다는 것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축복이 않을까.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나는 더욱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바콜로드에서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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