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시대다.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집값이 비싸서라고 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기르기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하고 한다. 또 슬픈 이유 중 하나는 미래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어서란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데 자신의 미니미 혹은 분신을 출현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애를 낳았다. 그것도 둘씩이나(다둥이카드 받음. 주차 할인됨). 애를 낳은 것은 본능이다. 인간은 자신을 닮은 존재를 낳고 싶은 본능이 있고 절대적인 사랑을 쏟을 대상을 갖고 싶어한다.
어쨌든 애를 낳고 힘든 게 많지만, 그중 제일은 나의 시간이 통째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음주가무는 그렇다치고 일하는 시간도 없다. 내가 일하려면 나 대신 누군가는 아이를 봐야 한다. 애를 셋이나 키웠고 60대 중반인 늙으신 엄마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어 열심히 육아를 했다. 그 와중에 육아만 하기는 싫어서 방통대를 등록해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공부도 해보고 요가랑 헬스도 다녔다.
그치만 뭔가 부족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매슬로우 욕구 3단계에서 걸려버린 것이다. 그러던 차에 전에 스터디를 같이하던 팀원의 소개로 매체를 하나 맡게 됐다. 이제 9개월 쯤 되는데, 용돈벌이로는 충분했지만, 역시나 그걸로는 워킹맘이라고 하긴 뭐했다.
그러던 차에 전 직장 동료들에게서 일감이 두 개나 들어왔다. 너무나 벅찼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쓰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게다가 재택근무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재택근무의 달콤함을 맛본 이후로 어떻게 매일 왕복 세 시간 이상을 출퇴근에 쏟았나 싶다.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했더니 무리하지 말랜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노트북 새걸로 바꾸고 싶으면 바꾸랜다. 언니는 나라도 너에게 일을 맡길 것 같다며 잘됐다고 격려해주었다.
왜 이렇게까지 일하는 것에 흥분하나.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육아의 굴레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해방될 수 있어서? 아니면 돈을 벌 수 있어서? 아니면 우와 박기자님, 어쩜 이렇게 일을 야무지게 잘해요! 칭찬 받을 수 있어서?
그러고보면 나라는 사람은 참 단순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