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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Nov 20. 2022

열이 뻗칠 땐, 한 박자 쉬고

연년생 아들들을 둔 엄마의 다짐

아기 엄마의 아침은 우아하지도 여유롭지도 않다. 아기가 둘인 경우는 더 호락호락하지 않다. 


첫째가 깨지 않도록 둘째를 울리지 않아야 하며 방금 잠든 둘째가 깨지 않도록 첫째의 니즈를 잘 들어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버릇 없는 아이로 크지 않도록 제한할 것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성심성의껏 돕는다. 기저귀를 갈고 아침밥을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로션을 바른다. 


이 간단한 루틴이 생후 20개월이 되지 않은 아이와 갓 2개월을 지난 아이를 데리고 하기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김에 밥을 싸서 두부볼이랑 맘마를 주려고 하는데 안먹겠단다. 과자를 내놓으란다. 아니야 과자는 맘마 먹고 먹는 거야. 약(유산균)을 달란다. 아니야 그건 아까 먹어서 어린이집 다녀온 후 먹는거야. 밥으로 장난을 친다. 


입술을 꽉 깨물고 심호흡 하나둘셋.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화낼 이유는 없다. 나도 밥맛이 없으면 안 먹고 싶은데 이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뿐이다. 다만 내가 치워야 할 밥풀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밥그릇을 잘 치워야 한다. 다시 내려달란다. 또다시 심호흡. 


아무래도 배가 고파 더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는 듯하여 미역국을 먹었다. 샨토끼 다이어트를 5일째 하니 변비가 시작됐고 배에 가스도 많이 찼다.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아 어젯밤에 끓여뒀다. 내가 미역국을 먹으니 자기도 달란다. 그래 너도 먹고 싶구나. 미역 위주로 건져줬다. 아니아니 국물 달랜다. 하하하 


다행히 가방은 전날 남편이 준비해뒀다. 이제 둘째 맘마를 먹이고 아기띠를 한 후 집을 나서면 되는데, 둘째가 맘마 먹는 것을 가만두지 않는다. 자기도 우유를 달란다. 


입술을 꽉 깨물고 심호흡 하나둘셋. 


아기는 잘못이 없다. 엄마의 체력과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다. 아기가 자신이 원하는 걸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웃으면서 차근차근 하자. 이런 생각을 되뇌었다. 가방과 애착인형을 챙기고 신발을 신기고 나가는 데까지 또 많은 忍忍忍이 필요했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기들에게 노래를 불러줬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똑딱),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똑땅),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 호호 불면은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똑딱)"

기분이 좋아진다. 


첫째를 등원시키는 길에 나를 걱정해주는 이웃들. 엄마가 힘들겠어, 아기가 아기를 봤네, 아이고 장하다 등등 

항상 똑같은 반응이라 이제는 재밌다. 


집에 돌아오니 집안은 난장판. 고맙게도 둘째가 곤히 자주었다. 장난감을 정리하고 기저귀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린 후 빨래를 했다. 손과 발에 모터가 달린 듯 후다닥 해치우고 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업무 카톡을 켰다. 벌써 몇 개씩 와있다. 차분하게 하나씩 처리해보자!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많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을 힘들게(?) 하는 아이는 화낼 대상이 아니라 무한정 사랑을 줘야 할 대상이라 그런 것 아닐까. 힘들면 픽픽 쓰러지고 화내고 울면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던 여자가 귀여운 아기들을 만나 조금씩 성숙해져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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