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글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다. 두 살 아들 앞에서 울어버렸다는 쑥스러운 글인데,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주었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다잡으려 배설하듯 썼던 글이다보니 다시 읽어봐도 참 부끄럽다. 그래도 글이라는 게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한바탕 토해내니 또 괜찮은 요즘이다.
최근 지인이 카톡 프로필 이미지에 내 마음에 쏙 드는 문구를 올려두었다.
"오늘 할일은 귀엽기(그것만으로 충분)"
냥집사인 그녀답게 고양이 캐릭터와 올려둔 것인데, 그 문구를 보니 우리 아이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하게 되었다.
이제 막 태어나 세상에 적응하는 한살, 두살 아이들에게 내가 바랄 것이 무엇이었나. 오직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감사한 아이들인데, 너무 많은 걸 바라며 괴로워하진 않았나 반성해본다. 내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했던 게 두어 달 전인데, 이제 또 새로운 능력을 바라지 않았던가. 엄마를 좀 이해해줘, 엄마가 애쓰고 있으니 너도 좀 눈치껏 잘 해라 등등. 이제 막 두돌을 앞둔 아이에게 내가 너무 과도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기대불일치 이론이라는 걸 배웠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라,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기대 이상의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말 멋진 걸 제공하거나 기대 수준을 낮추거나. 내가 우리 아이와 행복하려면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 내 말을 다 이해할 거란 착각, 엄마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아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기는 그냥 그 존재로 충분하다. 귀엽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성장속도에 맞게 잘 자라주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엄마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