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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Apr 15. 2023

재택근무하는 워킹맘의 함정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게 어디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 대가가 따르는 것이란 걸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재택근무를 해서 줄일 수 있는 건 오직 출근준비 시간과 출퇴근 시간. 물론 경기도 산포시에 살았던 내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건 겁나리 빡센 일이다. 대학생 때부터(물론 학교는 또다른 경기도였지만) 왕복 3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며 살아왔기에 편도 1시간 10분의 출근길이야 예사로 생각하고 다니긴 했었다. 


근데 코로나가 터지고 재택근무로도 일이 돌아간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회사로 출근하기가 싫어졌다. 그러던 차에 임신을 했고 육아휴직을 했다. 마침 회사가 망해버리는 바람에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길로 둘째 임신. 또다시 출산을 하고 나는 몸이 근질근질해졌고 현금 흐름을 만들고 싶어졌다. 


감사하게도 지인들을 통해 일감을 수주할 수 있었고 기뻤다. 기쁜 나머지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와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을 받았고 나와 남편은 피폐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서 일을 한다는 건 살림과 육아와 일을 동시에 다 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인생이 굉장히 피곤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일에도 열받고 빡친다. 다행(?)인 건, 임계점을 넘으면 분노할 에너지도 없어져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평온은 아주 일시적인 것이다. 에너지가 조금만 충전되어도 다시 터져버리는 휴화산 같은 것이다. 


자불자불 써댔지만, 결론은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건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 나의 빈 육아공백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에게 제대로 보상이 되고 있는 건가? 나 아니면 도대체 누가 우리 엄마의 고생을 알아준다는 말인가!!! 여성들이여, 일어나라. 와아아아아 


이래서 똑똑한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인가? 어젯밤에는 아이가 사랑스럽다느니 어쨌다느니 글을 써놓고 나란 인간도 참. 그렇다고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는 건 아니고. 


나라는 인간은 언제나 무리를 하면서 인생의 충실감을 느끼는 듯하다. 한계까지 나를 밀어넣고 해내면 "그래, 넌 할 수 있잖아! 역시 넌 너야!"라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리는 듯하다. 


아주 큰 일감이 다음 주 금요일까지 마감이었는데, 다른 매체들의 마감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 주에 거의 마감을 끝낼 기세로 일하고 있다. 에너지가 조금 생겼는지 갑자기 분노에너지가 폭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쳐묵쳐묵. 달달구리 쳐묵쳐묵. 짭짜구리 쳐묵쳐묵. 쳐묵쳐묵. 쳐묵쳐묵. 


헬스장 다닌다는 걸 방패삼아 잘도 먹는다. 건강한 돼랑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 아줌마라 그런지 그냥 그런가보다 싶다 그것도. 돼랑이가 되면 어떠냐, 허리 안 아픈 게 최고고 건강한 게 최고다. 문제는 언니야, 살찌면 아프기 쉽다는 거야 언니야. 죽음의 마감 주간이 끝나면 라마단에 돌입해야겠다. 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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