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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Nov 21. 2021

실리콘밸리에 반기를 드는 실리콘밸리 임직원들

변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 분위기, 이를 측면 지원하는 부호들은 누구?

1.

PR하는 사람 입장에서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은 엄청난 PR 전문가다. 게다가 GR(대정부관계)까지 치밀하게 실행했다. 하우겐의 뒤에는 '휘슬블로어 에이드(Whistleblower Aid)'란 단체가 있었다. 하우겐은 17개 유력 언론을 모아 자료를 뿌리면서 엠바고를 걸기도 했다. 미국을 넘어 유럽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PR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휘슬블로어 에이드를 그동안 지원해 오고 하우겐의 유럽 여행비를 후원한 사람이 있어서였다. 


2.

하우겐의 초기 법률 자문은 로렌스 레시그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맡았다. 레시그는 오바마 행정부 공보 담당이던 빌 버튼에게 하우겐을 소개했다. 빌 버튼의 회사는 하우겐이 미 의회와 연결하도록 도왔다. 버튼은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의 메인 나레이터로 등장한 전 구글 윤리학자인 트리스탄 해리스가 설립한 '인도주의적 기술 연구소'(Center for Humane Technology)의 임원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해리스가 진행하는 'Your Undivided Attention'이라는 팟캐스트에 하우겐이 출연하기도 했다. 알고리즘 전문가들답게 실제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에 대한 자세한 기술적 설명이 나온다.)


1번 후원자가 레시그와 인도주의적기술연구소 역시 지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트리스탄 해리스, 로렌스 레시그, 프랜시스 하우겐, Whistleblower Aid 웹사이트



3. 

하우겐처럼 IT기업 내부고발로 시작해 공익활동에 나선 이들이 있다. 핀터레스트 내부고발자 이페오마 오조마는 '테크노동자핸드북'이란 IT기업 내부고발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이 가이드북 중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하는지 집필한 우버 출신 에어리엘라 스타인혼은 '라이오네스(Lioness)'란 스토리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라이오네스는 제프 베조스의 우주여행회사 '블루 오리진' 전현직 직원의 폭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1,2번 후원자는 오조마와 스타인혼도 지원했다. 



4.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독립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인터넷은 곧 페이스북'이란 필리핀에서 독재정권이 악용하는 소셜미디어의 해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아 레사의 독립언론에 투자한 사람은 1-2-3번을 후원한 사람과 같다. 


왼쪽부터 이페오마 오조마, 에어리엘라 스타인혼, 마리아 레사



5.

그동안 '우리 회사는 혁신적이며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유롭고 풍족한 근무환경(+비밀유지조약(NDA)으로 침묵)에 만족해왔던 실리콘밸리 기업들 직원들은 변하고 있다. 노조를 통해(알파벳), 사내 게시망을 통해(페이스북), 슬랙 그룹을 통해(애플), 시위를 통해(아마존) 회사 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은 백인 남성 개발자가 중심인 기업에서 성차별과 성희롱이 난무함을 폭로해 CEO를 물러나게 하거나 (우버), '될때까지 잘 되는척 하(Fake it till you make it)'려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뻥카 문화를 폭로해 회사 자체를 문닫게 하고 CEO를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테라노스) 



테라노스 전 CEO 엘리자베스 홈즈, 우버 전 CEO 트래비스 캘러닉



이런 흐름 속에서 테크기업들이 직면한 각종 다양성/알고리즘 윤리/환경 이슈에 대해 목소리 높이는 내부자들을 조용히 후원해 온 후원세력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후원자 두 명은 다름아닌 실리콘밸리 기업 창업자들이다. 


그들이 누군지 월에 1번씩 쓰고 있는 <커피팟 뉴스레터>에서 다뤘다. (커피팟 뉴스레터는 대부분 무료로 보실 수 있으며, 이 글은 유료 기사입니다.) 




6.

혁신, 창조적 파괴, 고도성장, 제로 투 원 - 없던걸 만들어 독점- 의 문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의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새어나오다 못해 터져나온다는 건 많은 걸 의미한다. 실리콘밸리 창업자 상당수가 가진 특유의 '과도한 자기 확신'과 '기존 질서 무시'란 자신감에 내부 균열이 생긴다는 거다. 


어쩌면 빅테크의 진짜 위기는 정부 규제라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이런 사건을 통해 인재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 더 나아가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7.

한국에서는 실리콘밸리를 주로 선망의 대상으로 본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가깝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기업문화까지 '배우자'는 자세다. 책도 그렇게 실리콘밸리를 선망의 대상으로 그린 책들이 잘 팔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3-4년 동안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측면을 그린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설립된지 20-30년 가량이 지났으니 그도 무리가 아니다. 한글 번역본도 많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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