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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Aug 29. 2023

산책 중 떠오른 노래들

한동준, 부활, 장필순

담배연기 속에 사라져 간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네
from. 한동준-잊을 수 없어


고 3 때 많이 들었던 노래가 갑자기, 불현듯, 문득 떠올라버린다. 오늘은 '레인지 로버'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음음, 으, 그거, 아, 랜드로버(상대방), 아! 이러면서 겨우 인출이 되었는데 희한하게 산책을 하던 중에 여러 노래 가사들이 막 떠올랐다. 그중에 지금 막 쓰기 직전에 이 노래가 떠올랐다. 고3 때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친구 몇 명과 입담배도 피웠는데, 맛과 냄새가 너무 써서 기침을 콜록콜록하기도 했다.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친구가 떠오른다. 죽었다. 사고로, 끔찍했다. 난 shut down이 되었다. 얼어붙어버렸지. 그리고 담배 연기를 멋지게 내뿜던 대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배 오빠도 갑자기 생각이 난다. 지금 뭐 할까? 또, 아빠가 피워대던 짜증 나는 담배연기. 엄마는 아빠가 담배를 긴 손가락 사이에 끼고 연기를 우아하게 내뿜던 모습에 반했다고 했었을 때 코웃음을 쳤었는데, 대학교 1학년때 그 선배가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우던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을 했었다. 엄마가 이해가 되었지만 아빠의 담배는 짜증, 짜증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담배를 피한다. 담배 연기가 싫다. 정말 싫다. 길을 걸어갈 때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뛴다. 그 냄새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그랬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담배를 좋아했었다. 미쳤지. 한동준은 죽은 친구가 좋아했던 싱어송 라이터였다. 한동준 님은 요새는 뭐 하실까?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나아아~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from. 부활-소나기


여름이 되면 부활의 소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독서실에서 고 3 때 독서실에 간 이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을 자러 갔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에는 무지하게 더웠던 때였는데, 역사상 최고의 무더위로 기억될 해였다. 그때 고등학교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교무실에는 에어컨이 있었지. 한증막 같은 교실에서 선풍기 두대로 버텼던 그때, 독서실에 가는 게 낙이었다. 의자를 2~3개 빈틈없이 모아서 누워서 잤다. 참, 달고 단 잠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테트리스 게임을 열나게 했었지.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테트리스 화면으로 보일 정도로 열불 나게 했었다. 미쳤지. 부활은 여전히 살아있다. 좋다.


우울감이 많이 가신 느낌이다. 행복을 찾는 거, 나에겐 어려운 일 같았는데, 조금씩 하고 있다. 내가 뭘 하면 행복할지, 어느 정도 하면 딱 적당한지 찾고 있다. 몸과 마음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대상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그러면 내 상태에 맞는 걸 그때그때 찾으면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막 행복한 건 아닌데 그래도 최근의 우울하고 절망적인 느낌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도파민 중독이었다. 일중독이 심했던 것 같다. 일뿐 아니었다. 뭘 해도 미친년처럼 해대었다. 음악중독, 책중독, 커피중독, 등. 이제는 글쓰기 중독으로 가고자 한다. 글쓰기 중독은 한 번 되어보고 싶다. 막 떠오르는 것들을 쏟아보고 싶다. 안 되면 되는 거 일단 해 보는 걸로다가!


눈부시게 옷을 입고
껍질뿐인 웃음으로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눈물 없는 가슴으로
from. 장필순-1동 303호


한참을 걷다 보니, 젊은 친구들과 트렌디한 카페와 술집이 보이면서 이 노래가 또 떠올랐다. 고양이처럼 날렵하진 못하지만, 눈부시게 옷을 입지도 않고, 눈물 없는 가슴으로 걸었다. 걷다 보니, 천상병 시인의 시가 전시되어 있는 길목에 이르렀다.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읽고 나서 글을 더 자유롭게 써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써보리라. 이미 그러고 있긴 하다.


동네 친구,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나에겐 없었지. 그런데 최근에 동네 친구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한가 보다. 역시 사람은 함께여야 더 즐겁고, 행복한 것 같다. 나도 동네 친구가 생겼다고오~ 자랑하고 싶어서 글을 썼나 보다. 오늘의 만남이 소중했었다고, 기록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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