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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Sep 28. 2022

브런치, 다시 도전하다.

아직, 더 가고 싶은 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며칠 전 늦은 오후에 브런치로부터 위와 같은 메일이 왔다.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다. 얼떨떨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2019년 봄에 브런치 작가 도전을 했는데 떨어졌다. 똑 떨어지고 나서, 괜스레 작아져서 여우의 신포도처럼 '나한텐 아직은 안 맞는 일이야, 이거보다 더 급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했었다.


브런치에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거의 25년간 써왔던 윈도 컴퓨터 체계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인 맥북 시스템을 만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 출시된 m1 맥북에어를 2년이 지나서 사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하고 나니, 맥북을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애플 제품이 처음이다. 이런 '처음 만나는 세상'이 내가 원하던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모르는 세상, 앞으로 알아가야 할 길이 구만리인 세상, 그런 세상을 탐험하고 싶었다. 


나는 원래 물건에 그다지 애착도 없고, 애플에 대한 로망이나 관심조차도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맥북에어를, 그것도 2년 전의 모델을 산 데는 친오빠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에 관심이 없는 나는 기계를 좋아하고, 기계에 대해서 잘 아는 오빠의 기계 관련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너 같은 애가 애플을 써야 할 듯", 그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나는 선택했다.


결심하기까지 꽤 많은 고민을 했으나, 결심한 후에 애플 프리스비 매장에 전화를 해서 당일 예약을 걸고, 전화를 한 지 2시간도 안 되어 매장에 도착해서 카드로 139만 원을 결제하고 맥북이 내 품에 들어왔다.


내 이전 노트북은 사용한 지 만으로 딱 10년이 되었고, 모든 기능이 느려졌다. 컴퓨터 작업 환경이 나빠서 인터넷 검색도 모바일로 검색하고, 정말 컴퓨터로 해야 하는 일만 최소한으로 했었다.


출처: pixabay


2012년에 삼성 노트북을 사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에 기뻐서 어느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소설을 연재해보기도 했었다. 15회 정도 연재한 후에 평가단으로부터 좋지 않은 평을 듣고 탈락하게 되어서 그 이후에는 창작을 하지 않았다. 사실 창작은커녕 글을 차분하게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우당탕탕, 좌우충돌, 정신없는 10년이 흘렀고, 그 10년 동안 나도 노트북도 느려지고, 노쇠해졌다. 노트북을 10년이나 쓰다니 대단한 거 아닌가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그만큼 노트북이 일을 부지런히 안 했던 거죠. 노트북은 일을 많이 안 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최근 2~3년 간 과로했다. 대단히 과로했다.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여 하드코어 한 직업을 폭주족처럼 내달렸으니 멘탈도, 몸도 너덜너덜해졌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신세계로 나를 데려다주고 싶었다. 현재, 가장 나에게 최적화된 신세계란 맥북의 세계였다. 


지금 당장은 컴퓨터로 영상을 만들 것 같지도 않고 - 그러나 언젠가는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중학교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으니, 대학교 시절에는 락 뮤지션을 꿈꾸었으니 이 맥북으로 작곡을 배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참에, 아이폰, 아이패드를 다 질러서 애플 생태계로 혼자 뭘 뚱땅거리면서 만들어 볼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을까?


맥북을 사서, 적응을 못하면 어쩌지? 아, 몰라~ 그건 그때 생각하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기계에 관심이 없어도 막상 기계를 사면 뚱땅뚱땅 만지곤 했어서 자신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질렀다. 지르는 행위는 우울함에서 사람을 위로 올려준다. 사실, 많이 우울하고 지쳤었다.


맥북과 만난 지 오늘로 2주가 되었다. 그동안 참 벅차고,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일단 사운드가 다른 노트북과 비교가 안 되었다. 사운드에서 그냥 나는 감동했다. 맥북에어는 노트북이라기보다는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사이즈가 큰 스마트폰 같은 느낌을 준다. 닫으면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고, 열면 깨어나는 신세계, 더 친해지고 싶다. 아직은 모르는 게 많은 미지의 세상.


맥북이 품에 들어오고,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제 내 세계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렵고, 설렌다. 내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나 자신도 궁금해진다.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지속해서 쓰다 보면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 살고 싶은 삶의 여정이 펼쳐질 것만 같다. 그와 더불어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것도 알게 될 것 같다.


다시 초등학교 때의 꼬마 *현이가 된 것 같다. 아~ 반갑다. 꼬마 *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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