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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Oct 03. 2022

상담을 왜 하세요?

(한 내담자의 질문으로 시작된 글)

최근에 한 내담자로부터 "선생님은 도대체 왜 상담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세션 중에는 그것 말고도 다룰 이슈들이 많아서 그냥 껄껄 웃고 넘겼는데, 며칠이 지나서 계속 반복적으로 생각이 났다. 그러게, 나는 왜 상담을 하는 걸까? 내가 상담을 하게 된 히스토리는 이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브런치에 써볼 생각이다.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최근 2년간에는 이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이 일을 했다. 나름의 절박한 이유였다. 나이도 들었고, 체력도 안 좋고, 행정적인 일에 잼병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어서였다. 코로나로 인해 젊은 친구들의 정신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바쁘게 나 자신을 돌보지도 못한 채 일을 즐겼다.


그 내담자가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조금 감이 온다. 내가 피곤해 보여서였을 것이다. 평일 저녁에 나의 피곤함을 눈치채고, 그런 질문을 한 것도 같고, 본인도 나와 비슷하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과거에 했기에 나의 피로에 공감과 이해를 해서 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걸 물어보지 않았구나~ 내가 만약에 덜 피곤해 보였다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뒤늦게 상담자의 자기 돌봄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러고보니, 아~ 나도 그랬는데! 내 상담 선생님이 어느 날 피곤해 보이면, 내 이야기로 선생님이 더 피곤해지실까 염려되서 내 이야기를 잘 못했었는데! 뒤늦게 아, 차~ 싶었다. 본인도 잘 못 돌보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돌본단 말인가?


정신 차리고, 일단 내가 행복해지는 것에 좀 더 에너지를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좋아하는 일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잠도 잘 자고, 등 등 말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 만으로 안 된다면, 운동도 하고, 개인 상담도 받고, 슈퍼비전도 받고, 집단 상담도 받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맛있는 건 자주 먹어주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다가 브런치 글 쓰는 일을 하고 있고 - 글감을 고르고,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고, 글을 수정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고, 즐겁다.

아직까지는 - ,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많지는 않다. 원래부터 성향이 뚜렷한 내향형이라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기가 빨린다. 극소수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잠은 잘 잘 때도 있지만 잘 못 잘 때는 수면 보조제, 수면 영양제 등을 먹는다. 그렇게 버티고 있다. 버티고 있는 삶에서 즐기는 삶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개인 상담받기는 지난주에 시작했고, 슈퍼비전은 계속 꾸준히 받고 있다. 집단 상담은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체력이 받쳐주면 대면으로 하는 곳에 나가볼 생각이다. 그리고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구나.


운동에 대해서 말하려니까 정말 작아진다. 코로나 시국 동안 이 핑계, 저 핑계 잘도 대 가면서 미뤄둔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혼자 하는 운동은 가성비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도통 실행이 되지 않는다. 운동도 돈을 써서 해야지 실행될 것 같다. 집 근처에 요가원이 하나 생겼는데 정말 2~3분 거리에 새로 생긴 곳이라 한 번 등록해서 다녀봐야겠다.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단상을 기록하면 좋을 것 같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브런치에 글을 쓰니, 내가 쓴 문장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그래~ 요가를 시작하자. 바쁜 시간을 또 쪼개서 부지런히 움직여야겠구나. 머리는 좀 덜 쓰고, 몸의 감각과 가슴(감정)에 더 집중해야겠다. 상담과 요가의 길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는 수련의 길인 것 같다. 완벽함을 감히 꿈꿀 수 없는, 계속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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