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침공 이틀 전에 등장한 새로운 항공기
매거진 발행을 위해 기존에 작성한 글들을 검토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읽기 불편하실 수 있으니 되도록 PC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후 독일에서는 한스 본 오하인의 제트 엔진에 관심을 가진 하인켈(Heinkel)이 그와 함께 제트 엔진과 이를 탑재한 제트 엔진 항공기 개발에 착수했다. 1936년 여름에 제작에 들어간 하인켈의 첫 제트 엔진은 다음 해 3월에 완성되어 독일어로 ‘하인켈의 첫 번째 제트 엔진’이라는 ‘Heinkel-Strahltriebwerk.1’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 HeS 1이라고 불렸다. 완성된 HeS 1은 영국보다 조금 늦은 1937년 9월에 처음으로 작동하는데 성공했고 이론 상으로만 존재했던 제트 엔진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항공기에 탑재하기엔 부족하다보니 폰 오하인은 곧바로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HeS 3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HeS 3 엔진은 HeS 1과 동일한 원심식 제트 엔진이었으며 1939년 초에 완성되었다. 연료는 HeS 1이 수소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HeS 3는 디젤이 사용되었다. 시험 운전은 작업자들이 출근하지 않은 이른 아침, He 118에 매달려 극비리에 진행되었으며 1939년 8월 27일 드디어 He 178이 HeS 3 엔진을 장착하고 하늘로 날아 올라 세계 최초의 제트 항공기가 되었다.
이후 Heinkel은 보다 강력한 추력을 낼 수 있는 HeS 6 엔진을 개발했고 1939년 11월 1일, HeS 6 엔진을 탑재한 He 178이 독일 항공성(RLM) 관계자들에게 공개되었다. 그러나 10분 밖에 안되는 짧은 비행시간과 598 km/h라는 속도는 당시 왕복 엔진 전투기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해 독일 항공성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독일 공군은 최신 기술이 잔뜩 접목된 Messerschmitt의 Bf 109나 Focke-wulf의 Fw 190 전투기를 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독일 공군성은 왕복 엔진 항공기만으로도 전쟁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순위에서 크게 밀리긴 했지만 일부 제트 엔진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들 덕분에 제트 엔진 기술은 독일 항공성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인켈은 독일 항공성의 무관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He 178에 이어 새로운 제트 전투기와 이를 위한 신형 제트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그렇게 1939년 말부터 He 180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제트 전투기 개발이 시작되었고 1940년 여름에 시제기가 완성되었다. 이후 완성된 He 180은 He 280로 이름이 바뀌었고 전투기 중에서는 최초로 공기 압축식 사출 좌석이 탑재되었으며 엔진으로는 HeS 8 엔진이 양쪽 날개 아래에 장착될 예정이었다. 원래는 He 178에 장착되어 비행을 마친 HeS 6 엔진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원심식 엔진이었던 HeS 6은 엔진의 직경이 날개에 장착하기엔 너무 커 직경을 줄인 HeS 8 엔진을 새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때 HeS 8 엔진은 독일 항공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최초의 제트 엔진이었으며 완성되었다면 Heinkel 001 엔진으로 불릴 예정이었으나 결론적으로 HeS 8 엔진은 완성되지 못했다.
결국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He 180 시제기는 1940년 9월 22일에 엔진 없이 활공 비행을 마치게 된다. 이후 1941년 3월 30일에 처음으로 엔진을 사용해 자력으로 이륙에 성공했고 4월 5일에는 독일 항공성 관계자들에게 공개되었는데 고옥탄 가솔린 연로보다 저렴하고 제작이 용이한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에만 관심을 보일 뿐 He 178과 마찬가지로 왕복 엔진을 선호하는 독일 항공성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1942년 12월 22일 Fw 190와 모의 공중전에서 He 280이 왕복 엔진 항공기를 압도하는 빠른 속도를 보여주자 그때서야 독일 항공성은 He 280에 관심을 보이며 20대의 시험용 기체와 300대 양산을 주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He 280에 탑재할 엔진이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He 280의 양산을 지연시켰다. 우선, 원래 He 280에 탑재된 HeS 8 엔진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HeS 8 엔진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하인켈은 HeS 011 엔진을 대신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HeS 011 엔진 개발에 집중했지만 이마저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하인켈은 다른 회사의 엔진을 사용하기로 하는데 그렇게 채택된 엔진이 바로 Me 262에도 탑재될 예정이었던 BMW 003 엔진이었다. 그런데 이 엔진도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개발 지연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Junkers의 Jumo 004 엔진이었다. 다행히 Jumo 004 엔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양산에 들어가는데 성공했고 그렇게 Jumo 004 엔진이 장착된 He 280은 1943년 3월 16일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원래 사용하기로 한 엔진보다 무거웠던 Jumo 004 엔진은 He 280의 성능을 크게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사이 하인켈의 경쟁사인 Messerschmitt는 1942년 7월에 Me 262의 초도비행을 마친 상태였다.
결국 독일 항공성은 Messerschmitt의 Me 262를 양산하기로 결정했고 입찰에서 떨어진 Heinkel은 1943년 3월 27일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He 280이 입찰에서 떨어진 원인에는 Heinkel이 전투기 대신 폭격기 제작에 집중해주길 바랐던 독일 항공성의 정책적인 압박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양산되어 실전에 배치된 제트 전투기라는 이름은 Messerschmitt의 Me 262에게 주어지게 되었고 여기에 탑재된 Jumo 004 엔진 또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제트 엔진이 되었다.
한편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독일보다 조금 늦게 제트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가 제작되었다. 영국에서는 프랭크 휘틀이 22살에 항공기의 동력원으로 가스 터빈 엔진을 사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Future Developement in Aircraft Design’이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60,000 ft에서 약 965 km/h의 속도로 비행을 가능케해줄 ‘제트 엔진’을 언급했다. 이는 당시 RAF에서 운용하는 항공기의 최대 비행고도가 15,000 ft 에 최대 비행속도가 240 km/h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고도와 속도였다. 하지만, 영국 항공성도 독일 항공성과 비슷한 이유로 휘틀의 제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휘틀은 1932년에 자신의 명의로 특허를 출원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특허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가 나타난 덕에 그는 1935년부터 제트 엔진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고 1937년 4월 12일, 드디어 이론으로만 존재해온 제트 엔진이 도면을 벗어나 작동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영국 항공성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제트 엔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제서야 프랭크 휘틀은 영국의 지원을 받으며 제트 엔진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추력은 강력한 Power Jet W.1 엔진을 개발했고 1940년 12월 4일에 시운전을 마쳤다. 그리고 독일보다 조금 늦었지만 드디어 1941년 5월 15일 영국에서도 Power Jet W.1을 장착한 Gloster E.28/39 제트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도 제트 전투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 Cover image by 'The Essential Guide to Nazi Germany'
1. Wikipedia, Heinkel He178
2. Wikipedia, Heinkel He280
3. Wikipedia, Gloster E.28/39
4. Wikipedia, Power Jet W.1
5. Wikipedia, HeS.1
6. Wikipedia, HeS.3
7. Wikipedia, HeS.8
8. Wikipedia, Fastest propeller-driven aircraft
9. KARI, 다양한 항공기 엔진들(2008)
10. Aerospace engineering, The birth of the Jet : The Engine that Shrunk the World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