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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ul 11. 2022

1960년대 서독 F-104

Lockheed F-104G Starfighter


1946년 6월 독일 공군, Luftwaffe는 연합군의 감독 하에 완전히 분해되었다. 그러나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바로 시작된 냉전은 독일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1948년에는 소련이 서베를린을 소련의 관할 아래인 동베를린에 흡수하고자 베를린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베를린 봉쇄 작전’을 일으켰고 1953년에는 스탈린의 사망(동년 3월 5일)으로 불안정해진 틈을 타 동베를린 산업 중심지에서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 이때 흥분한 시위대는 동베를린에서 경계선을 넘어 서베를린까지 진출하며 독일의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듯 했지만, 소련은 전차 부대를 동원하여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서독을 자신들의 방위 계획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이 거론되었고, 그 결과 1955년 서독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후 서독은 자유 진영의 핵심국가가 되었으며 서독의 자주권이 인정되면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 유럽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재무장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군 재건 작업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방산업체에 단행되었던 제재 조치들이 하나둘 해제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냉전이 격화됨으로써 과거 독일의 수많은 항공기를 제작했던 Messerschmitt와 Heinkel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과거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었던 독일 공군은 그 이후로 제대로 된 공군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1950년대, 미국은 초음속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고 센츄리 시리즈(century series)를 대표로 수많은 전투기를 말그대로 찍어내고 있었지만, 1956년 1월에 창설된 독일 공군은 미국으로부터 공여 받은 아음속 전투기 Republic F-84F Thunderstreak 또는 캐나다에서 면허생산된 Sabre인 Canadair Sabre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1950년대 말에 등장한 소련의 Myasishchev M-50 같은 초음속 폭격기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서독 공군은 음속의 2배에 달하는 매우 빠른 속도와 상승 성능을 가진 기체를 도입하고자 했다. 단,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던 서독 공군은 단일 기종으로 공군을 꾸릴 수밖에 없어 이번에 도입될 기체는 마하 2급의 비행 성능은 물론 핵무장도 가능해야 했으며, 전천후 작전 수행 능력도 가져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조건을 제시한 서독 공군에 Lockheed F-104 Starfighter, Grumman F11F-1F Super Tiger 그리고 Dassault Mirage III이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이밖에도 훗날 Freedom Fighter, 자유의 수호자라 불리며 베스트 셀러가 된 Northrop의 N-156F와 레이돔을 탑재한 North American F-100J Super Sabre가 거론되었으나 이들은 모두 설계안만 존재하여 현실적인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Soviet M-50 Bomber

이후 서독은 1957년 12월 미국으로 평가단을 파견하여 Super Tiger와 Starfighter 두 후보를 평가하였고 다음 해 5월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Mirage III의 시험비행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958년 10월, 슈트라우스 독일 국방부장관은 Lockheed에 F-104 Starfighter를 선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다른 기체들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경합에서 탈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Lockheed F-104 Starfighter는 저렴한 가격에 고속의 요격 성능만을 가진 단일 목적 전술기로서 다른 나라와 달리 임무별로 상이한 기종을 운용할 수 있는 미국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기체였다. 즉, 엄연히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했고 또 ‘마하 2급의 비행속도’에만 집중하여 개발된 기체라 속도 말고는 별다른 이점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정작 Starfighter를 개발한 미국은 고작 180여대를 도입했지만 속도가 제일이던 시대에 미국의 동맹국들 눈에는 저렴한 가격에 마하 2급 전투기를 보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었던 Lockheed는 미국 내에서 부진한 판매율을 만회하기 위해 독일(Germany)의 요구사항에 맞춰 기체 전체를 재설계한 F-104G를 내놓은 것이다.

USAF F-104 and Luftwaffe F-104

새롭게 설계된 F-104G는 단순 요격 임무 뿐만 아니라 공중전이 가능하도록 기동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외형적으로 보면 수직 미익의 크기가 미국 본토에서 운용되었던 Starfighter에 비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다목적 전천후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미국 본토에서 운용되고 있던 기체와는 전혀 다른 LN-3 관성항법장치를 비롯해 향상된 항전장비가 탑재되었다. 따라서 늘어난 중량만큼 동체와 날개는 강화되었고, 엔진은 더욱 강력한 General Dynamics J79-11A 엔진이 탑재되었으며 착륙장치도 자연스레 강화되었다. 덕분에 원래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만을 운용할 수 있었던 Starfighter는 이제 1,400 kg의 재래식 무장 또는 910 kg에 달하는 핵무장이 가능해졌고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면 탐색 레이더나 지상 회피 레이더 등이 탑재되어 진정한 다목적 전투기로 개조되었다.이후 F-104G는 196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직도입되었으며, 그 이후로는 독일 내에서 면허생산되어 1970년대까지 총 916대[1]의 F-104가 서독 공군에 인도되었다.

 

flying coffins @daydaynew.cc

이는 전 세계 F-104 생산량의 35%에 달하는 수치이며 대략 180대를 운용한 미 공군과 비교하자면 어마무시한 양이다. 그러나 손실률 또한 어마무시했는데 1/3에 달하는 269대의 기체를 잃는 바람에 116명의 조종사가 사망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과부제조기’라는 조롱을 받게 된다. 실제로 독일 주간뉴스 잡지 슈피겔은 F-104 Starfighter에게 ‘나는 관(Ein Fliegender Sarg)’ 또는 ‘과부제조기(Witwenmacher)’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독 조종사들 사이에서 Starfighter를 조종한다는 것은 긍지 높은 일이었으며 인기도 많았기에 조종사들 사이에서 이런 별명이 언급된 적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전천후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개조되었을 F-104G가 어째서 ‘과부제조기’ 또는 ‘날아다니는 관’ 심지어는 ‘서독의 전봇대’라는 농담까지 얻게 되었을까?


[1] 1987년까지 749대의 F/RF-104G와 137대의 TF-104G 그리고 30대의 F-104F가 서독 공군에 의해 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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