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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야노 Sep 19. 2019

Beyond 42.195

트레일 러닝 50km  

집에서부터 남산 타워를 찍고 그 둘레길을 달리는 맛은 굴곡진 언덕을 한참을 뛰어 올라가서 잠시 쉬는 동안 볼 수 있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데 있고, 평평한 길로 이어진 한강에서의 달리기는 지루하지만 뛰어간 만큼 다시 돌아와서 운동용 시계를 멈추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서울의 러너를 부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우쭐감도 포함되어 그렇게 항상 42.195km 달리기를 준비해 왔다. 심하게 내리는 장대비가 아니고선, 미세먼지 농도가 pm150 (위험 수준)을 넘지 않는 조건이라면 일주일 달리는 거리를 40km를 채워야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에 이르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냥 간단하게 달리기가 재미없어진 것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달리기의 열정을 억지로 붙잡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은 산. 악. 마. 라. 톤! 평지를 약 4시간가량 달리는 것에 대한 작은 반감이자 남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는 트레일 러닝에 입문 한 지 수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초반에 등록해버린 TransJeju, 50km 부분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더 힘들고 작년 여자 참가자 1등 기록을 참고하여 내가 처음에 잡은 목표는 9시간 내 완주였으나, 남산 연속 두 바퀴로 인한 피로감에 지난주에 다녀왔던 도봉산을 오르며 느낀 점과 도봉산 같은 경사가 25킬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시간 내 완주가 아니라 그냥 완주 그 자체 (컷오프 시간은 13시간)만으로도 대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등산 중 스치는 사람들 중 산 중턱에서 이미 땀에 절어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가 종종 있는데,  그 러너들의 상태가 상상 조차 안되었던 그때는 그 행동 자체의 고통(?)과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었다. 그 도전을 약 4주 앞둔 이 시점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은 난감한 기분이다. 먼저 이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에 대한 나의 열정이 이 정도였음에 놀라고, 결승점에 도달해서 대만족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무모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투자금액으로 말하자면 등록비, 대회 장비 (하이드레이션 팩, 조끼, 랜턴, 그리고 젤 비싼 트레일 러닝화, 양말, 기타 등등), 교통비 (제주도라 비행기), 숙박비등 등 벌써 다 지불된 상태이고 환불은 없다(안 되는 상태..).

 

하여, 억지로라도 점진적 훈련을 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그 날 '일단 시작하면 달려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생각을 선두로 아직 4주의 시간을 남겨놓고 걱정되기 시작해서 정말 다행이다. 당일 날 달리는 동안의 고통 시간을 줄여보고자 지금 나눠서 달리기를 진행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 트레이닝 목표는 의왕산 둘레길 30km. 틈틈이 갖춘 장비 풀 착용 및 고역이지만 도움되는 (된다고 느껴지는) 에너지바 까지 모두 준비하여 실전처럼 해보고 나면 어떤지 알게 되겠지.

 

이렇게 트레일 런을 완주하고 나면, 또 다른 곳의 트레일 런에 도전할지 아니면 앞으로 영원히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은 세계가 될 것인지는 완주 후 몇 주가 지나서야 어쩌면 한 달이 지나서 알게 될 것이다.

나의 첫 마라톤을 준비하는 기분과는 다르게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달려야 하는 시간이 3배 이상이기 때문이며 달리기의 열정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을지 기대감과 부담감이 함께 오기 때문이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많은 금액이 들어갔고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니까 또 달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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