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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pr 22. 2021

육아의 시작, 산후 조리원

─ 고독과 우울과 행복의 아이러니 (1)


 "조리원에 있을 때가 천국이야."



 임신했을 때부터 주변 언니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조리원 천국.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겐 고통과 우울함과 싸워야 하는 조금 안락한 감옥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수 없었다. 출산 전에 유튜브나 인터넷카페 같은 곳을 열심히 찾아보며 공부하는 임산부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공부가 부족했던걸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하는 동안에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쩌면 문제는 타이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병실에서 조리원으로 옮긴 날은 하필이면 주말이었다. 회음부 상처가 워낙 심했고 제대로 아물지 않고 있어서 거동도 많이 불편했던 나는, 오전에 방에 도착해서 조리원 직원의 간략한 설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조금 한숨 돌린뒤에 몇가지 궁금한게 생겨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조리원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주말 오후였던 탓에 직원들 모두 퇴근시간 이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조리원에는 당직자가 없다는 사실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조리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리원내 신생아실이든 병원 분만실이든, 병동이든, 어디든 전화하면 될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 때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하는 전혀 알수 없었다.



 눈물을 계속 흘리며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주말을 외롭게 보냈고, 월요일 오전 내가 받은 첫 전화는 수유콜이었다. 수유콜을 받으며 그저 눈물만 났다. 너무 아파서 수유는 하러 갈수 없고 그저 너무 아프다고 계속 울기만 했다. 신생아실 선생님도 깜짝 놀래서는 조리원 측에 말해주겠다고 하셨다. 그제서야 조리원 실장이라는 분이 올라오셔서 진통제 주사제를 놓아주었고, 원래라면 그마저도 내가 병동이나 외래진료실로 가서 맞아야 했던 것이라는 것도 한참뒤에야 알게되었다. 조리원 오리엔테이션이 월요일인가 있었지만, 당연히 나의 몸 상태로는 갈수도 없었고, 그렇게 또 아무것도 모른다는 압박을 느끼며 오로지 통증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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