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약사 Apr 22. 2021

새 생명의 탄생

─ 내 생애 첫 출산의 기억 (3)



 이전까지 내가 상상해왔던 출산의 순간과는 뭔가 달랐다. 나는 혼이 나가 있었고, 그저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기도했던 것 같다. 얼른 끝났으면 ─. 오직 이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머릿속에, 한번씩, 아! 아기가 잘 태어 나야할텐데..라는 걱정 조금. 힘을 주다가 한번씩 시선이 아랫쪽으로 향하면 보였던 주치의선생님의 심각한 표정. 미간 사이에 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인상을 쓰고서 '석션!'이라고 외치셨던것 같고, 뭔가 기계같은 걸로 아기를 끄집어내려고 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배밀이 할게요, 하면서 간호사선생님의 배밀이가 시작되고, 그러면서 나는 다시 '아─ 어서 끝났으면─'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응애! 응애!"



 아가가 태어났다는걸 인식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던것 같다. 그저 나는 혼이 나가있었고, 뭔가 통증이 좀 덜해졌나?하는 생각이 들 때쯤, 간호사 선생님이 날짜와 시간을 말했던 것 같고, 건강하게 태어났어요,라고 알려 줄때쯤 되어서야, 아─ 태어났구나─.



 "후처치할게요."



 출산 직후 나는 아기 울음소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께 아기 괜찮냐고 몇번이나 물었었고, 그럴때마다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중에 설명 듣기로, 생각보다 난산이었다고 했다. 회음부 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못하게 더 보기 흉하게 찢어졌다고 들었다.(그리고 후에 다시 언급하게 되겠지만, 이 상처는 꽤 오래 아물지 않아서 나를 더 고통받게 했었다.)  마지막에 아기를 꺼낼때는 흡입기로 당겼다고 들었다. 나도, 아기도, 참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기도 지쳐서 우렁차게 울 힘조차 없었던걸까─. 지금도 그때의 아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내가 몇 시간 동안 진통을 겪을때, 아가는 내려오려고 하는데 자궁문이 아직 많이 안열렸다고 들었다. 아가가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는데, 내가 준비가 안되었던 것일까. 아기를 그토록 기다려놓고도, 내 마음 깊은 곳 한켠에서는 막상 출산이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가를 기다리게 하는 동안 아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꽤나 오랜시간 진통을 겪는 바람에(무통도 없이) 출산을 해야 할 순간 내 힘이 달리는걸 느꼈었다. 아무리 선생님들이 한번더 힘주세요!,라고 말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밀어내는 힘이 약하니 아가도 나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기계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나온 아가는, 어쩌면 혼이 나가서 힘이 빠진 나 못지 않게 넉다운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생명의 탄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