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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Sep 18. 2023

찐육아의 현장으로

─ 신생아 돌보기의 시작 (3)



 세번째 산후도우미님은 일주일 정도밖에 모시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기간동안 또 한번 쑤욱 자란 느낌이었다. 뭐든지 글로 익히고 배우려는 내 고질적인 성격 탓에 육아조차 글에 매달려 있었는데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말 못하는 아기의 눈짓과 몸짓 언어를 직감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 아, 이게 엄마인거구나.


 국가지원으로 산후도우미님을 모실 수 있는 기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제는 정말로 나와 아이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불안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이건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남편조차도.


 마지막 관리사님와 함께 아이 하루 일과 스케줄을 잘 잡아놓은 탓에, 나는 생각보다 육아가 수월하다고 느꼈다. 아마 아이의 성향과 기질 역시 순한 편이었던 것 같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국민 육아템이라고 알려진 T 사의 노래나오는 모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우리 아기는 내가 태교의 일환으로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순면 흑백모빌을 훨씬 좋아했고, 시중 모빌의 음악보다 내가 따로 구매했던 모빌용 오르골 음악을 더 좋아했다. 남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옹알이 목소리는 낭랑하고 옥타브가 높은 편이었고, 나는 지금도 그 옹알이 소리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고전적인 표현으로 은쟁반에 굴러가는 옥구슬 소리 같았달까. 지금도 우리 아이는 남자아이 치고 목소리가 굵지 않고 예쁜 편인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스케줄을 일정하게 하는 데에 온 신경을 다썼었다. 적당한 아이의 분유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내 손목과 허리와 무릎을 갈아넣어서 아이를 안고 시간을 끌었고, 아이가 확실히 잘 먹겠다 싶은 순간, 순식간에 분유를 타서 충분히 먹였다. 낮에는 한번에 300까지도 먹기도 했다. 그 시절 아이의 스케줄을 관리하던 앱에는 아이의 분유타임이 아주 질서정연했다. 1주일 일과표를 보면서 완벽한 먹놀잠과 일정한 분유타임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나 혼자 매우 뿌듯해 했었다. 그 당시 나는 아마 그런 사소한 성취감으로 만족감을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의 천사같은 미소와 만지면 부스러질 것만 같은 말랑말랑 살결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행복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직장일은 여전히 바빴고,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재택을 전혀 할 수 없는 직종이었다. 평일 퇴근시간도 늦은 저녁이었고,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내 앞에 놓여있는 할 일들을 미루지 못하는 편이었고, 아이의 스케줄이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흔히 출산 후 산모의 뼈는 약하기 때문에 아기의 목욕은 남편 담당인 경우가 많은데, 나는 남편 퇴근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그냥 내가 해버리기 일쑤였고, 집안일을 비롯하여 재활용버리기나 청소도 거의 내가 하곤 했다. 문제는, 나는 그렇게 튼튼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 그리고 그렇게 쉽게 생각했던 문제는 나중에 뼈져린 후회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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