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수면교육
─ 잠과 사투를 벌이는 아이에 대하여 (1)
하루 일과 스케줄을 꽤 순둥순둥하게 잘 보내줬던 우리 아기에게 한가지 난관은 '수면'이었다. 그렇다고 잠투정이 심하다거나 잠에서 깼을 때 울기부터 한다든가의 문제는 아니었다. ─ 우리 아이는 참, 자기를 싫어했다.
출산 당일 저녁 신생아실에 갔을 때부터 우리 아이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다른 산모가 '와, 저 아기는 벌써 눈을 떴어!'라고 외치던게 기억이 난다. 그 때부터 아이는 잠자면서 누워있기보다 눈을 뜨고 세상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신생아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아이는 잠자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일단 잠이 들면 푹 잘 잔다.
세번째 산후도우미 관리사님도 아기를 돌보시면서, "얘가 잠이 오면서 잠과 사투를 벌이네" 하면서 웃으셨었다. 그리고 그분의 관리기간이 끝나고 내가 혼자 돌보는 기간에도 역시나 우리 아이는 잠이 드는 것을 싫어했다. 때문에 안아서 재워서 눕혀야 했는데, 이게 계속 되면 계속 안아서 재워야 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수면교육 관련된 책들과 인터넷 자료들을 시간 날때마다 찾아보았다. 울어도 반응하지 않아서 스스로 잠들게 하는 퍼버법, '쉬-' 소리를 내면서 아이를 재우는 쉬닥법, '아-'소리를 내면서 재우는 아닥법, 그 외 수면소리를 들려줘서 재우는 방법 등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다. 일단 퍼버법은 나의 육아관보다는 너무 강한 느낌이어서 시도 하지 않았고, 나머지 방법들을 하나씩 시도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아닥법을 선택했다.
아이는 흐르는 물소리에 매우 반응을 잘 해서, 물을 틀어주면 금방 진정이 되곤했다. 하지만 우리아이의 청각은 위대했다. 그 어떠한 인공적인 물소리에는 전혀 반응도, 진정도 하지 않았다. '쉬─'하는 소리는 너무 작아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잠재울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내 손목과 허리와 무릎은 기본으로, 이제 나의 목청까지 갈아넣기로 했다. 아닥법이라고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를 덮을 만큼 크게 "아─"라고 소리를 내는, 거의 고함에 가까운 아닥법이었다.
아이를 안고 잠잘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계속 '조금 있다가 침대에 누워서 잘거야', '조금 안아주고 있다가 침대에 내려놓을거야'라고 속삭여주었다. 어쩌면 이것은 일종의 주문을 외우는 느낌과 흡사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변화를 인식시키고 안정할수 있게 도와주는 행위였지만, 매일 밤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나에겐 일종의 주술같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가 등이 닿이면서 울려고 할때, 나는 그 울음소리와 공명하는 '아─'소리를 냈다. 아이를 살짝 꾸욱 눌러주면서 토닥토닥 하면서, 아이 울음소리를 덮을 만큼 꽤 큰소리로 소리를 내야 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커질땐 같이 커졌다가, 아이 울음소리가 잦아들때는 함께 줄였다가, 그러다가 느낌상 안되겠다 싶을 때는 다시 안아 올려서 다독여 주었다. 특히 이 아닥법은 밤수면 들기 전에 꼭 했었는데, 매일 밤 그렇게 아이를 안아올렸다 내렸다, 목청껏 "아ㅡ"하기를 반복했다.
한번은 아기를 데리고 친정집에 가서 1박을 하고 온 적이 있었다. 내가 아기를 재운다면서 방에 들어가서는 큰 소리로 "아─아 ─" 거리자 친정부모님께서 무척 놀라셨었다. 아기 재우러 들어간다면서 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은 처음 본다시면서. 하지만 사실 나는 그 때 그 방에서 나오면서, 아기 재우기를 성공한 나 자신에 대해 꽤나 뿌듯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