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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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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Feb 17. 2022

신혼부부의 소꿉놀이

영상 만들기


결혼하고 나서, 가장이 되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 신랑은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여 올리는 것. 원래 영상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블로그와 유튜브 쪽을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 영상 제작을 하기 위한 도구들은 어느 정도는 갖추어져 있었다. 카메라와 삼각대, 홈 리코딩 용품들, 기타 용품들... 부족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명. 또 하나는 영상 편집을 위한 도구.


신랑은 며칠 조명 관련 유튜브를 보더니, 나에게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영상 촬영용 조명은 수십만 원대인데, 이 조명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결혼하기 전의 신랑이라면 아마 비싼 조명을 큰 고민 없이 구입했을 거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짠순이 아내를 배려해서 가성비를 생각하려 노력하고는 한다.) 나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하고 싶은 것은 하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라, 흔쾌히 '그럼 만들면 되지.'라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이케아로 가서 고심 끝에 전구를 골랐다. 한지 갓등은 비싸서, 전구소켓은 없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여 만에 조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신랑은 또 어느 날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일일까 했더니, 영상 편집 작업을 하려면 돈이 좀 들 것 같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매달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비싼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맥북을 사서 '가성비가 아주 좋은' 맥북용 프로그램을 사서 작업하는 방법이 있단다. 나는 둘 중 뭐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신랑의 선택은 맥북과 가성비 좋은 프로그램의 조합이었다.


그러면서 귀엽게도, 이렇게 제안하는 거다.


맥북 에어가 000만 원인데, 이런저런 할인을 받으면 000만 원이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00만 원이고... 프로모션으로 끼워서 주는 에어팟을 팔면 00만 원을 더 아낄 수 있고... 그래도 좀 비싸지? 내가 열 달 동안 용돈 3만 원씩 덜 받을게.


큰 지출에 짠순이 아내가 놀랄까 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말했다.


그럼 나도 내 용돈 2만 원씩 덜 받을까?
같이 고통 분담하는 차원에서?


(물론 내 용돈 덜 받는 건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오빠가 안 그래도 된다고 괜찮다고.)


영롱한 사과 마크


그렇게 주문한 맥북 에어가 도착했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구석구석 보호용 필름지를 붙인 신랑은 어제부터 열심히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첫 영상 편집을 완료했다며, 퇴근한 나에게 자랑을 한다. (오늘 신랑은 백신 부스터 샷을 맞고 쉬는 중이었다. 타이레놀 약발이 들 때만 멀쩡하고, 약기운이 떨어지면 끙끙대기를 반복하는 중...)



신랑이 처음으로 제작한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youtu.be/O1OfuxVJ3-0

[홈 리코딩] 콘덴서 마이크 vs 샷건 마이크



결혼해서 이렇게 넉넉하진 않아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이거 저거 같이 시도하고 만들고 하는 것이 신혼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치 소꿉놀이를 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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