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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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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Feb 13. 2022

디자이너(?)는 힘들어

신랑 블로그 대문 이미지를 만들다


요즘 신랑은 한때 방문자수가 꽤 많았던 기타 리뷰 블로그를 무려 8년 만에 되살리는 중이다. 예전에 올렸던 글을 정리해서 가다듬고, 메뉴를 다시 재구성하고... 그러면서 오래되고 특색 없는 대문 이미지도 다시 만들고 싶었나 보다. 신랑은 내가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직접 그린 삽화를 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의뢰를 해왔다.


신랑 : 써니, 대문 이미지 좀 그려줘.
나 : 어떻게 해주면 돼?
신랑 : 그냥 성경 삽화 그리는 것처럼 해주면 돼.


나는 의뢰를 기꺼이 받아들여서 아이패드를 열고, (아주 일부의 기능밖에 쓰지 못하지만 똥손을 그나마 보정해주는) 그리기 전문 앱을 켜서 빈 캔버스를 만들었다. 원하는 색감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톤을 골랐다. 블로그 이름을 적으면 좋을 것 같아서 블로그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없단다. 그래서 기타 블로그니까 내가 적당히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대문 이미지.

깨알같이 넣어놓은 하트... 블로그에 넣으니 다 짤렸다.


신랑에게 보내줬더니, 뭐라고 말은 안 하지만 좀 난감해하는 기색이었다. 게다가 대문 이미지 사이즈에 맞지 않아서 글씨가 마구 잘리는 문제가 생겼다.


나 : 사이즈를 말해줬어야지.. 힝
신랑 : 미안해. 안 맞을 줄 몰랐어.
나 : 기타 그림 그리느라고 엄청 힘들었는데...
신랑 : 미안미안


아이패드 초보인 나는 이미지 사이즈를 조정하는 법을 몰라서 열심히 끙끙대며 겨우 사이즈를 맞췄다. 다시 보내줬더니 너무 파스텔 톤이란다.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그래도 내 노력(?)을 감안해서 대문 이미지로 해 두기는 했지만, 맘에 드는 기색이 아니었다. 다시 물어보니, 신랑이 원하는 느낌은 따로 있었다.


나 : 오빠가 원하는 걸 처음에 얘기해주지...
신랑 : 그냥 내 사진을 스케치한 느낌으로 만들어주면 되는데...
나 : 그건 너무 고난도야.
신랑 : 그럼 좀 더 무채색의 느낌으로...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단계 한 단계마다 '오빠, 이거 어때?' '오빠, 이거 괜찮아?'라고 물으며 진행을 했다. 사진을 넣었다가 뺐다가... 배경을 흰색으로 했다가 검은색으로 했다가... 초보에 똥손이라서 한 시간 반이 걸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순조롭게 작업이 마무리되었고, 드디어 신랑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신랑이 직접 찍은 기타 사진을 활용해서 무채색으로


비록 처음 신랑의 머릿속에 있었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결과물이었지만,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며 나도 왠지 뿌듯했다.


아래 사진은 색감 보정을 거친 최종 결과물.

드디어 완성작


오늘 얻은 교훈은, 뭐든지 충분히 물어보고 교감을 해야 헛수고가 없다는 것... 아주 잠깐이지만 디자이너 분들의 고충을 공감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아주 조금이지만 프로크리에이트에 익숙해지기도 해서 지치기는 해도 뿌듯한 날이었다. (신랑 대문 이미지에 내 싸인이 들어가서 더 뿌듯다.)


다음에는 돈 받고(?) 해야지.




보너스로 프로필도 만들어줬다!! 너무 샤방해지긴 했지만 신랑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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