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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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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Feb 27. 2022

사랑의 식탁

저녁은 꼭 함께 먹었으면 해


결혼 전부터 내게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그것은 결혼 후 신랑과 매일 저녁을 함께 먹는 것.


그 바람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읽은 어느 글에서 맞벌이로 늘 따로 식사를 하던 부부가 '하루 한 끼도 같이 먹지 못하는데 식구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것을 읽었던 영향이기도 하다. 함께 먹을 밥상을 차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할 때 신랑에게, '저녁은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사실 신랑은 먹는 것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서로 집안일에 대해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해 얘기할 때 식사 준비가 내 몫이 되었기에, '나는 회사에서 저녁 먹고 올 수 있어.'라고 이야기했었다. 저녁 차리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그러나 나는 그게 못내 서운해서 '싫어. 저녁은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하루 한 끼는 같이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이고, 다행히 아 서로 야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저녁밥을 함께 먹고 싶다던 나의 바람은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저녁 메뉴 준비를 위해, 매일 점심시간 무렵이면 나는 신랑에게 묻는다.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신랑이 밥을 먹은 날이면 나는 가급적 면 요리나 분식을 준비한다.(신랑은 잔치국수나 우동같은 면 요리를 아주 좋아한다.) 신랑이 분식이나 면 요리를 먹은 날이면 나는 고기반찬이 들어간 밥상을 준비한다. 대체로는 있는 반찬에 고기 요리를 하나쯤 곁들여서 내고, (주로 주말에 준비해서 소분한 뒤 얼려둔다.) 가끔 필 받으면(?) 메인 요리가 두세 개쯤 되는 성대한 밥상을 차린다. (성대하다고 해봤자 찌개, 고기, 계란말이 같은 것들이다.) 가끔 전골도 해보고, 또 가끔은 파스타나 리소토 같은 양식도 한다. 신랑이 운동을 하고 오는 날이면 닭가슴살이나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단백질 식단을 준비한다.



아직은 서툴러서 가끔은 맛이 별로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장금의 입맛을 갖고 있는 데다가 솔직해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신랑은 '맛이 어때?'라는 내 질문에 '싱거워.' '짜.'라고 너무도 직설적으로 대답하는 통에 처음에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말은 그렇게 해도 잘 먹어주는 것을 알기에, 한번 곱게 째려봐주고 '그냥 먹어. 다 먹어.'라고 웃으면서 받아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바빠지면, 이렇게 제대로 밥을 차려먹는다는 것이 어려워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이 소중한 시간을 지키고 싶다.


시골집에서 자라서 조미료를 싫어하고 맵고 달고 짠 음식은 안 좋아하는데 싱거운 음식은 또 싫어하는, 신랑의 초 예민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매일 나름 도전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내가 맛볼 때는 분명 괜찮은데 신랑 입맛엔 또 다르니, 난이도가 매우 높다... 우리 신랑은 해산물은 싫어하지만 어묵과 멸치로 낸 육수는 좋아하는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남자다. 그래도 언젠가 '우리 아내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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