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배양해낸 건 바로 국힘이라는 인큐베이터였다
그날 밤, 나는 새벽 3시가 넘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국회 앞에서의 살벌한 대치부터 계엄해제요구안 가결까지의 과정을 아이폰 화면을 통해 공포와 긴장 속에서 지켜봐야 했고, 가결이 이루어진 후에도 좀처럼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누운 채로 한참을 뒤척거려야 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몸으로 막아준 시민과 언론인들께, 나는 그저 누운 채로 지켜봐서 죄송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을 뚫고, 심지어 담을 넘어서까지 본회의장에 진입하여 표결에 참여해준 국회의원 190인께 눈물겨운 고마움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 평소엔 쓰잘데기없다고 생각된 적도 있는 분들이었는데, 그날밤만큼은 그분들이 그렇게 소중하고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날밤에 투입되었던 계엄군이래봐야 아직 어린 친구들이고 다들 어느집 귀한 자식들일텐데, 그 친구들은 또 무슨 죄인가? 그들의 부모님과 가족들은 또 얼마나 걱정스러웠을까?
45년만에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 아닌 비상계엄이었지만, 그 충격과 공포의 끝에는 단 150분만에 계엄을 무효화시켜낸 승리의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그런 한 편의 영화 같은 밤이었다.
탄핵안 표결이 이루어진 오늘만큼은 나도 국회 앞으로 가고 싶었다.
군 입대를 며칠 앞둔 처조카에게 저녁을 사주기로 한 약속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나 역시 국회 앞 10만(경찰 추산이 10만이었던 만큼,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열에 동참했을 것이다.
여의도에 가지 못한 대신, 나는 저녁 식사 전후로 아이폰을 통해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했고 또 분개했다.
특검안 재표결 후에 단체로 본회의장을 나간 국힘 의원들에게 살 떨리는 분노를 느꼈고, 홀로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안철수 의원이 왠지 안쓰러우면서도 감사했다.
사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가 6시간 만에 해제되었던 그날 밤에도,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부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해외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강력한 회복력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내오지 않았나?
하지만 오늘은 몹시 부끄러웠다.
국회 밖에는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선진 민주시민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 선봉에 있어야 할 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안 의총실에 모여 앉아 국민이 아닌 본인들의 안위만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은 낯뜨겁기 그지 없었다.
2024년 12월 7일 저녁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당신들을, 나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퇴장시켰다.
떠나긴 쉬웠을지 모르나 되돌아올 길은 이미 사라졌으며, 앞으로 당신들이 감당해야할 비난과 책임은 상상 그 이상으로 무거울 것이다.
더러운 권력의 배양액 속에서 당신들이 키워낸 괴물을 껴앉고 탐욕의 불지옥 속으로 뛰어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