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곳에서 무슨 꿈을 꾸었니?

해꿈이 다이어리 2 - 신생아집중치료실 편

by 곽재혁
2016년 5월 13일
생후 6일째 해꿈이 모습


해꿈이가 처음으로 날 보고 웃어줬다. 온 세상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2016년 5월 14일, 부처님 오신 날


해꿈이 면회 가기 전, 집 근처에 있는 대원사에 들렀다.


2016년 5월 14일 부처님 오신 날, 대원사


나의 기도가 단순해진 대신, 더 열심히 더 정성껏 기도하게 되었다.



철없던 시절엔,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정성을 부담스러워했던 적도 있었다.


관절이 상하도록 팔공산 갓바위를 수없이 오르내리시고, 무릎이 닳도록 백팔배 하고 다니시던 어머니의 그 마음을 이제야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다니….


생후 7일째 해꿈이 모습

해꿈이는 하루 사이에 또 조금 달라져 있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캥거루 케어 한 시간 내내 잠깐 깨서 찡찡거린 것 빼고는 내내 숙면 모드였다고.

주변이 조용하지 않아도 아랑곳없이 잘 자는 건 아빠를 닮은 건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포근하고, 행복한 것만 모아서 네 꿈속에 넣어주고 싶네.




2016년 5월 17일
생후 8일째 해꿈이 모습


기특하게도, 해꿈이는 생후 일주일 만에 출생체중을 회복했다.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아빤 잘 알아!’


생후 10일째 해꿈이 모습


생후 10일 차인 오늘은 2Kg 벽을 뛰어넘었으며, 젖병으로 먹는 연습도 시작했다고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고 10시 넘어서 귀가해보니 해꿈이 작은 고모가 사서 보내 준 아기 침대가 도착해 있었다. (원래는 5월 말쯤 배송받으려고 했던 건데, 해꿈이가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앞당겨서 받은 것이었다.)

어렸을 때 프라모델 조립 같은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DIY 따위엔 소질도 관심도 없었던 나로선, 침대 조립이 그리 쉽고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거의 두 시간에 걸쳐 간신히 조립을 마치고 나니, 새벽 한 시.

나사 하나하나 공들여 꼼꼼하게 조이느라 엄지·검지 손가락 끝이 좀 얼얼했지만, 부상이나 바닥 손상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 침대 옆에다 해꿈이 침대를 놓고 보니, 하루빨리 우리 아가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생후 10일 차가 되도록 우리 아기를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는 이 안타까움과 간절함을 오래오래 잊지 않고, 많이 안아주고 맘껏 사랑해줘야지!




2016년 5월 19일
생후 12일째 해꿈이 모습

순조롭게 잘 커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기까지 하니 아빤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네.




2016년 5월 22일
생후 15일째 채연이 모습


입으로 먹는 연습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튜브를 빼고, 무려 40cc를 입으로 다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우리 딸 정말 대단해!

지금 네겐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아빤 잘 알아. 나는 우리 딸이 정말 자랑스러워!



중간중간에 쉬어가면서 천천히, 하지만 무척 열심히 빨려고 애쓰는 해꿈이 모습이 마치 집에 빨리 가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빠는 더 짠하고 애틋하다.


엄마랑 수유 연습하러 가기 전, 아빠도 한 번 안아보라는 간호사 님의 배려로 채연이를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직은 너무 작아서 꼬옥 안아볼 수도 없었지만, 널 처음 안아본 그 순간은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아!'





인큐베이터 안에서 꼬물거리던 그 조그마한 아기는 이제 없다.



훌쩍 자라 버린 지금의 채연이를 보며, 강아지처럼 조그맣던 그 이른둥이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채연이도 얼마 안 가 과거의 채연이가 되어버리고 말겠지.


그러니까 나는,
하루하루 새로운 채연이를 만나며
지금의 채연이와는
하루하루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채연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


좀 전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재잘대다가 어느새 천사처럼 잠든 채연이를 보며, 그렇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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