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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an 03. 2021

작심삼일... 발상의 전환

나는 오늘도 계획을 세운다.

16세기 사회적 통념과 불편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상식을 깨고 폴란드 의사이자 경제학자이며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고 생각하던 시대에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상식은 잊어라. 눈이 뭐라고 하든 잊어라.
사람들이 뭐라고 믿든 잊어라. 상식은 틀렸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여기서 칸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즉,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모든 사람들이 당연시하거나 옳다고 믿는 사실과 다른 방향의 길을 제시하거나 실천할 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상식과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작심삼일의 유래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이 있었는데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고,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는데 둘 다 한 번 시작한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할 때를 꼬집는 표현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새해가 되면 지난해 조용히 서랍 속에 간직해두었던 위시리스트를 꺼내어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새해 계획"을 세우고 혹시나 나 혼자 간직하면 실천하지 못할까 봐 주위에 소문을 내고, 그 소문을 들은 지인들 또한 똑같은 계획을 세웠지만 실패해본 유경험자로써 여지없이 비웃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올해만큼은 계획적으로 살아야지 하며 산 다이어리도 1월이 다 가기도 전에 다이어리를 샀던 기억조차 잊어버리고, 운동, 외국어까지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주옥과도 같은 다짐들이 '작심삼일'로 잊혀 갔고, 동시에 과연 새해 계획을 실천한 사람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인 그러한 계획은 굳이 세울 필요가 없다며 날 납득시켜왔던 거 같다.


그래서 나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해보려 한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여전히 팬데믹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제한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새해라는 의미가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나는 새해 첫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물론 이 계획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새로울 것 하나 없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지만 그럼 난 다시 똑같은 계획을 세울 것이고 올해 마지막 날 적어도 연속해서 3일 이상 실천했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 새해 계획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거창한 것은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에 안전하게 가기로 한다. 일단 나에게 시급한 다이어트부터 실천해 보기로 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몸도 긴장감이라고는 1도 없는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동안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예전에 배웠던 스트레칭을 매일 조금씩 해볼까 했는데 하루 이틀 그냥 날짜만 지나갔고, 예전에 했던 줄넘기가 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 해 봐야겠다 생각만 하다 그만 추운 겨울이 와버렸다. 


그래서 새해 첫날 나름 좀 더 구체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 저녁은 바나나와 플레인 요거트, 견과류로 가볍게 해결하고, 운동은 요즘  SNS에 집에서 혼자서도 쉽게 하는 할 수 있는 밴드를 이용한 근력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밴드도 주문을 했고, 물론 밴드를 가지고 운동을 했을 때 한 달 만에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지 않을 것이며, 난 2021년 여름 내 옷장에 있는 나플 나플 여름 원피스를 뱃살, 팔뚝살 걱정 없이 다시 멋지게 소화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나의 계획에 이미 많은 이들이 웃었지만 난 그 웃음을 딛고 기필코 일어날 것이다. 


내가 세운 계획이 실천하지 못하고 또 실패할 수 있지만, 그 실패가 두려워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다면 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한낱 다이어트 계획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지만 그래서 다시금 코페르니쿠스의 말을 되뇐다.


상식은 잊어라.

사람들이 뭐라고 믿든 잊어라. 상식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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