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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n 15. 2019

20세기 소년과 우산 시위

2019년 6월 12일 저녁에 작성

20세기 소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은 우리사와 나오키 作 [20세기 소년]이다. 책의 내용은 매우 복잡하다. 처음 한번 읽어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읽을수록 책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사와 나오키 , [20세기 소년]


내가 20세기 소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책이 나에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소년 속에는 그 어떤 인물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누구도 사소한 존재는 없다.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세계를 이루고 결국에는 변화를 만든다. 


만화책의 주인공 켄지는 매우 찌질하다. 어린 시절에는 정의의 용사가 되고 싶었으나 록 밴드를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술가게를 이어 받아 편의점을 시작했지만 실패한다. 그런 그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책임감을 갖게 되고 자신을 던져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 비록 실패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서서 정의의 편에 서서 결국 세계를 구해낸다. 하지만 그는 영웅은 아니다. (스포주의) 따지고 보면 그야말로 악의 제왕이다. 그의 그릇된 행동 하나가 결국 친구를 만들어 냈고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 책에는 수많은 명언이 존재하지만 나는 켄지의 세 가지 말만 기억난다. 

첫번째는 "위험하다 싶어지면 있는 힘껏 달아나"이다. 이 대사를 할 당시 켄지와 그 친구들은 인류를 명망시키려는 음모를 막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는 그 마지막 순간 켄지는 '달아나'라고 한다. 만화의 중심을 이루는 켄지의 노래 '밥 레논'도 그의 달아나와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살고 있다. 그 어떤 권력도 존재도 위협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다. 위험하면 달아나 자신의 평범함으로 돌아가라 그걸 막을 수 있는 건 정의도, 악도 없다. 


두번째는 "진짜 마음먹고 승부를 걸면, 뭔가 무너뜨릴 수 있는 거야"이다. 그냥 노력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부딪치라는 것이다. 물론 못 이룰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무언가가 변하긴 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무엇에 도전하고 있을까? 정말 진심을 다하고 있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사이다. 언젠가 나도 내가 바라는 것을 위해 뭔가 무너뜨릴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부딪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마지막은 "악당이 되는 건 힘들어, 정의의 사도가 되는게 훨씬 편하다고"이다. 내가 만약 앞으로도 나쁜 사람이 되지 않고 착한 사람으로 산다면 그건 모두 이 대사 때문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 많고 그런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은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때론 나쁜 짓을 하기도 하며 자신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합리화해간다. 모두가 착한 사람일 수는 없으나 일부러 나쁜 짓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좀더 편한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나는 타인을 힘들게 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더라도 마음 한편으로 타인을 힘들게 했다는 그 한 부분이 마음에 걸려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는 불의에 눈 감기 보다 올바른 자의 편에 서서 함께 해줄 수 있는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세상에 좀더 많다고 믿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은 좀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홍콩의 우산과 최루탄


2019.06.12.pm 9:30, 홍콩 시위, 트위치 RonalD_FunG 채널에서 캡쳐
출처 : BBC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 2014년 우산시위로 명명된 민주화 시위를 겪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시 민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6월 천안문 사태가 있은지 30년되던 해, 범죄인 인도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가 어느새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2014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우산 하나만 든 채 거리를 행진했다. 민주화를 바라는 그들의 열망은 전세계를 감명시켰고 그와 동시에 중국의 수뇌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2019년 6월 12일 중국은 본국으로부터 엄청난 수의 경찰을 데리고 왔고 시위의 진압에 나서기 시작했다. 고무총을 쏘고 최루탄을 쐈다. 우산을 든 사람들은 우산으로 반격을 했다. 누군가는 가만히 서있음으로 저항했고 누군가는 최루탄을 되던지면서 저항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사진과 같이 물대포에 끄덕않고 자신의 길을 감으로써 저항했다. 


낮부터 시작된 경찰의 진압은 밤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5시부터 현재 시각 9시 40분까지 계속 트위치를 통해 홍콩 시위 라이브를 보는 중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 영상이 업로드 중이며 그 과정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부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어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밤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번 시위는 범죄인의 본토 송환에 반대하면서 시작했다. 범죄인 송환법을 통해 홍콩에 거주하는 민주화 인사, 인권운동가가 억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아킬레스 건이자 말해서는 안되는 천안문 사건 30년만에 시작된 시위는 중국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건드리며 커져가고 있다. 인민의 국가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민을 억압하는 그들의 양면성을 까발리는 홍콩의 시위에 아직까지는 중국 공산당 당국은 무력을 통한 진압을 시도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천안문 사건 때와 달리 지금은 언론도 더욱 발달했고 1인 미디어를 통해서도 그들의 만행이 드러나기 쉬운 상태이므로 예전과 같은 강경한 진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보고 있다. 누군가 자신들의 시위를 봐주길 기대하며 언젠가는 정의가 바로 서는 그날을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도 계속 영상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계속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천안문과 같은 만행을 저지를 경우 그들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남기기 위해 계속 보고 있다. 


하지만 시위를 볼수록 20세기 소년이 떠올랐다. 저 고귀한 목적을 가진 정의로운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다시 일상의 평범함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최루탄에도 불구하고 고무 총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탱크의 포탄이, 기관총의 총알이 날아들지도 모르지만 진심을 다해 맞부딪히는 그들이 무언가 넘어뜨릴수 있기를 바란다. 정의를 위해 일어선 그들의 시위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며 동시에 그들이 무사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그런적도 있었지 하며 지금 도로 위의 모두가 모여 웃으며 다시 모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위험하면 달아나라고, 그들을 기다리는 평범한 행복을 위해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진심을 다해 부딪힌만큼 당장 넘어지진 않겠지만 그들도 어딘가 무너질 것이라고. 정의가 실현된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위해 지금은 위험하면 달아나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잊지말고 무너질 때까지 계속 부딪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위를 막고 있는 경찰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이 더 쉽다고. 나이도 비슷한 젊은이들끼리 헬멧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행진하는 것이 더 쉽다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을 막는 것보다 정의의 편에서 함께 걸어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2019년 6월 홍콩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다.


2019년 6월 홍콩에서는 100만의 사람들이 모였고 민주화를 위한 열망으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2019년 6월 홍콩은 1989년 6월의 천안문과 같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되지 않아야 한다. 탱크맨과 같이 사라지는 존재가 없어야 한다.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덜 다치고 일분이라도 더 빨리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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