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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탈 Apr 04. 2024

꽃 같은 집중력

겨울이 와도 꽃은 핀다. 그리고 다시 봄.

 불과 일주일 전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활짝 핀 샛노란 개나리에 정말로 화사한 봄이 불쑥 찾아왔구나 싶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반은 초록 잎이 돋아나서 이제 곧 개나리는 물러가고 벚꽃만 흐드러지겠구나 싶다. 그 벚꽃도 채 2주를 가지 못하고 언제 피었냐는 듯 길거리에 몇몇 꽃잎들만 흔적을 남긴 채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돋아나고 그 후엔 철쭉이나 장미같이 다른 꽃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겠지 싶다.


 문득 반짝 피어올랐던 작년 12월 나의 집중력이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영상 매체, 특히 숏폼 콘텐츠를 보지 않고 나서 집중력이 급격히 좋았던 시기였다. 너무 정신이 맑아져서 이러다 나 임원도 달고, 부자도 쉽게 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뿜어져 나왔었다. 한 2~3주를 그렇게 살아서일까 애벌레가 갑자기 나비가 된 듯 훨훨 날아다니는 집중력과 맑은 정신이 언제고 유지될 거라 착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집중력은 영원하지 않았다. 불과 3주 만에 점점 샛길로 내 집중력은 새어나갔고, 집중력과 방탕함이 파도를 탔다. 이 꽃 같은 집중력을 잘 다스리는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나리 다음 벚꽃이 피고, 벚꽃이 피고 나면 철쭉이 고개를 들듯이 나의 이 꽃 같은 집중력도 잘 다스려서 여기에 집중, 또 여기에도 집중하도록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나리가 지고 나면, 그것에 실망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벚꽃을 바라보는 노련함이 필요하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겨울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겨울에도 잘 찾아보면 꽃은 핀다. 동백꽃도 피고, 하다못해 눈꽃도 피지 않던가. 내 마음을 잘 살피어 그때, 그때, 내 삶이 풍요롭도록 잘 인도해야겠다.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오고 매화도 개나리도 필 것이고, 그렇게 삶의 수레바퀴가 굴러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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