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승무원이 되기까지 총 3사의 항공사 면접에 참여했다. 두 곳은 국내 항공사인 A사와 T 사였고 나머지 한 곳은 현재 재직 중인 동방항공이다. 감사하게도 동방항공과 T사에서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A사의 경우, 최종면접에 참석하지 않았다. 목표 항공사였던 동방항공에 이미 합격한 후였기에 더 이상의 면접 참여는 내게 과욕이었다.
원점으로 돌아와 동방항공 면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동방항공의 면접은 총 4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홈페이지의 면접 안내 공고에는 보통 3차 면접까지만 공지가 되나, 동방항공은 전통처럼 3차 면접 다음 날에 4차 면접을 진행해왔다. 비밀 면접이 한 차례 더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긴긴 면접의 끝까지 집중력을 끌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무원 준비생이던 당시의 내게 1지망 항공사는 동방항공이었다. 중문학과 졸업생으로서 중국어를 자주 쓸 수 있는 직업을 원하기도 했고, 교환학생 시절에 듣고 보고 느낀 중국이 기억 속에 너무나 예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간절함을 머리가 알고 가슴이 느끼는데 몸이 가만히 있을쏘냐. 덕분에 유독 동방항공 면접장에만 들어서면 개다리 춤 신세를 면치 못했다. 면접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처음 면접장에 들어서던 당시를 떠올리면 긴장감에 등골이 오싹하다.
동방항공 1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내 면접 타임은 늦은 오후 시간이었다. 면접 2시간 반 전, 저렴한 숍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떨리는 맘으로 면접장소로 향했다. 면접 40분 전쯤이었을까, 면접 대기실에 도착했다. 대기실에는 길쭉한 강의실 테이블이 열 맞춰 놓여있었고 상기된 표정의 면접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각자 준비한 자료를 읽고 있었다. 대략 면접 20분 전, 담당자가 해당 시간 면접자들의 이름을 불러 참석자를 체크했다. 간단하게 키와 몸무게를 잰 뒤,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 받았다. 왼쪽 가슴에 명찰을 꽂으며 행여나 명찰이 비뚤게 달리진 않았을까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면접 시간이 다가왔다. 배정된 이름대로 줄을 맞춰 섰다. 자, 들어가세요. 나직한 담당자님의 안내와 함께 면접장 문이 열렸다. 어두운 복도로 기다렸다는 듯, 빛이 쏟아져 나왔다. 입꼬리를 바싹 끌어올리며 면접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또각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바닥에서 차갑게 울려 퍼졌다. 힐끔, 바닥에 붙여진 테이프를 의식하며 지정된 위치에 바르게 섰다. (이미 면접을 끝낸) T사와 달리 면접관이 여럿이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7명 정도였던가. 어수선한 분위기도 잠시, 질문이 시작됐다.
첫 번째, 자신 있는 언어로 자신을 소개해보세요.
떨리는 목소리를 눌러가며 짐짓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중국어 자기소개를 했다. 첫 순서라 부담감이 있었으나, 자기소개는 수백 번을 거듭해보았던지라 녹음 파일처럼 ‘재생’이 가능했다.
두 번째, 자신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이 또한 당연히 준비했던 기본 질문이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대답을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면접은 모두 중국어로 진행되었다) 이제 끝났나, 한숨 돌리며 입 꼬리를 끌어올리는데 가운데 앉아계시던 중국인 면접관 한 분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혹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픈 지원자가 있나요?
번쩍, 손을 들었다. 내가 더 할 말이 있었던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무의식이 시킨 짓이었다. 빠른 반응 속도에 면접관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웃음 섞인 면접관의 한 마디. 네, 먼저 대답해주세요. 호흡을 가다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순간에 가장 빛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역량과 추구하는 가치, 모든 경험들을 통틀어보았을 때, 저는 동방항공이 가장 ‘나’ 답게 빛날 수 있는 항공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동방항공의 일원으로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동방항공을 빛내는 승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억이 온전치 않지만, 이와 비스무레한 답변이었다. 뒤이어 손을 든 다른 지원자들이 모두 답변을 마친 뒤, 면접이 끝났다. 면접장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워킹과 미소 유지에 집중했다. 달칵, 뒤통수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후들거리던 다리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제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평소 잘 긴장하지 않는 편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간절함이 불러들인 숨길 수 없는 반응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이틀 뒤, 1차 면접 합격 메일을 받았다.
* 김혜미 님께서 동방항공 면접에 대한 경험담을 질문해주셨는데 이제야 글로 답합니다!=) 사실 오래된 기억이라 당시에 했던 대답이 모두 기억이 나진 않지만 최대한 상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친절한 알림> 제가 1차 면접에서 했던 마지막 한 마디는 말 자체로만 보면 다소 추상적이라 좋은 답이 아니에요! 다만, 저는 앞서 질문받았던 자기소개와 강점 말하기에서 추구하는 가치관과 역량, 쌓아온 경험들에 대해 이미 이야기했었기에 마지막 한마디를 저렇게 답변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혹여 참고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 미리 말씀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