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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후르 Jun 21. 2021

숨 막히게 쌓여야

뿌리는 숨을 쉰다

창문 곁 화분에 꽃을 심었다.


이제부터 아래로 길쭉이 줄기를 뻗쳐가며

수년간 예쁜 꽃을 피울터였다.


3일쯤 지났는데 시들시들한다.


물도 꼬박꼬박,

흙도 좋은 것을 넣었는데 

왜 그렇지?


가만히 살펴보니 흙이 뿌리 사이를 덜 채웠다.

흙을 더 채워, 힘껏 눌러 줬다. 밟아줬다.


며칠이 지나니 다시 줄기가 살아나고,

이내 다시 꽃들을 틔웠다.





흙이

가벼이 덮이면, 

부드럽게 쌓이면,

뿌리는 마르고, 

식물은 죽는다.


도리어 뿌리는

빈 곳 없이 촘촘히 

숨이 막히도록 쌓여야

비로소 숨을 쉰다.


강한 압박을 받고,

힘든 무게를 견뎌야

살아날 수 있다.


청춘은 필연적으로

힘들고 아프기만 

해야 한다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래저래,

어차피, 

힘든 것이 인생이라면...


밟히고 눌려도,

끝끝내 살아나고, 

도리어 숨을 쉬는 

이 작은 뿌리들처럼


적어도 그 힘든 무게가

결국엔 아름다운 꽃을 틔우게 만드는

흙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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