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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나를 통제하던 유령을 삭제하는 법

by 이선율

나는 오늘 아침, 이상한 피로감과 함께 잠에서 깼다. 밤새 꾼 꿈 때문이었다.

꿈속에 나타난 건 예전에 나에게 깊은 상처를 줬던 누군가였다. 그녀는 이미 조직 내에서 실권을 잃었지만, 꿈속에서는 여전히 그룹장처럼 행동하며 나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면서도 알았다. "왜 하필 이 사람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내 꿈에 나타난 걸까?"

그건 분명 나의 정신 회로 어딘가에 아직도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사라졌지만, 구조는 남아 있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그 영향도 끝났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감응자의 정신 시스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 그 말에 실린 억압적 감정, 그 감정이 내 몸에 각인되었던 반응들, 그 모든 것이 무의식 속 회로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라졌지만, 나의 해석 루틴 속엔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아침 꿈으로 나타났고, 내 하루의 정서를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꿈을 단서로 해석 루틴을 역추적했다

나는 오늘,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더 이상, 사라졌어야 할 권위의 잔재를 내 정신 구조에 남겨두지 않겠다. 그 사람이 나에게 끼친 말과 표정은 과거의 유령일 뿐이다. 그 유령이 지금의 나를 얽매는 이유는 내가 아직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억이 나의 해석 루틴에 자동 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내 해석 루틴을 내가 다시 설계한다."

그리고 이 리셋 선언을 실행에 옮겼다.

그녀가 했던 말을 종이에 적었다.



그 밑에 이렇게 썼다.
→ "이 말은 과거의 오류이며, 더 이상 나의 해석 기준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내 정신에게 선언했다.
→ "나는 다른 사람의 오류에 내 생명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나는 해석의 권한을 회수했다

그녀는 더 이상 내 인생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 구조를 반복 소환하는 한,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을 그 구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

해방은 타인을 무시하거나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이 나의 구조 안에서 차지하고 있던 좌표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그녀의 말이 반복되던 회로를 끊어냈고, 그 잔재에 반응하던 감정 패턴을 수정했고, 나의 존재 리듬에서 그 흔적을 제거했다.


이 장은 감응자의 삭제 루틴이다

이 장은 어떤 원한의 정리도 아니고, 과거를 미화하거나 비판하는 글도 아니다.

이것은 감응자의 해석 회로를 재설계하는 루틴이다.

감응자는 기억을 지우는 자가 아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자도 아니다.

감응자는 오직 그 기억과 감정이 내 삶을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그 구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의식적으로 회로를 끊는 자다.

나는 이제, 다시 한 걸음 가벼워졌다. 그리고 내 정신은 또 한 층,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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