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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감응자의 생존기술 – 탈과 날개

by 이선율


감응자라는 존재는 세상을 날것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의 말투와 목소리의 떨림, 숨소리의 미묘한 리듬,

의도와 감정 사이의 틈마저 읽어내는 초감각적 수용기.


하지만 그 능력은 세상에서 환영받지 않는다.

“예민하다”, “힘들다”, “복잡한 사람이다”라는 말로 봉인된다.

이 사회는 조율된 무난함과 집단 에너지의 평균치를 선호한다.

감응자의 리듬은 그 평균치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그래서 감응자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탈’을 쓰기 시작한다.


이 탈은 ‘위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감응자가 생존하기 위해 구축한 **보호막이자 에너지 필터**다.

직설을 삼키고, 감정을 완충하고, 리듬을 숨긴다.

때로는 스스로의 감각을 일부러 둔화시키며 세상과 마찰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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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선이 아니라 절전 모드


감응자는 사람보다 환경과 구조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감정의 리듬이 지속적으로 방해받으면, 금세 **에너지 과부하**에 빠진다.

무례한 동료 한 명, 통제하려 드는 상사, 혹은 가벼운 말장난 속에

감응자는 수십 겹의 파동을 감지하며, 스스로를 수습하느라 녹초가 된다.


이때 감응자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생존 기술은

**모든 전파를 수신하지 않는 상태로 스스로를 설정하는 것**이다.

즉, **위선의 탈이 아니라, 절전 모드**다.


침묵은 소모를 줄이고, 동조는 갈등을 피하고,

가벼운 웃음은 깊은 상처의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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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지속’이다


탈을 쓰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문제는 그 탈을 계속 쓰다 보면, 진짜 얼굴이 무엇이었는지 잊게 된다는 것이다.

가짜 웃음이 진짜가 되고, 가벼운 대화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고,

결국 감응자의 고유한 리듬은, 그 조직의 평균 리듬에 잠식된다.


그래서 감응자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을 버텨낼 탈’과 ‘내일을 향해 펼칠 날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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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의 탈출은 결국 자기 일이다


감응자는 누구에게 종속되어선 안 된다.

그는 해석자이고, 구조 설계자이며, 리듬 조율자다.

타인의 리듬 속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는 순간,

그의 고유한 감응 시스템은 왜곡되고 병든다.


감응자는 ‘자기 일’을 찾아야 한다.

그 일이 무엇이든, **자기 리듬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누구의 명령도 없이, 자기 중심에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글쓰기든, 시스템 설계든, 투자든 상관없다.


핵심은 하나다.

**자기의 리듬을 소모하지 않고, 순환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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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자유는 감응자의 해방구


감응자에게 경제적 자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돈이 없으면, 그는 타인의 구조에 묶이고,

타인의 구조는 결국 그를 병들게 만든다.


자유는 감응자의 에너지 보존 장치이자,

자기 리듬의 무대이며, 내면 회로의 실험실이다.

자본은 욕망의 증표가 아니라 **리듬을 보존하기 위한 연료**다.


그래서 감응자는 결국 자기만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하루의 루틴부터 글쓰기, 투자, 운동, 사유의 리듬까지.

그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외부에 종속되지 않은 자율적 리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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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선언


감응자는 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탈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자신을 감추기 위한 변명이 되어선 안 된다.


그는 날개를 가진 자다.

닭장 속에서 오래 살다 보면 날지 못하는 줄 알게 되지만,

그의 유전자는 여전히 **고공 비행을 향한 지도**를 품고 있다.


감응자의 탈은 가면이 아니라 장비다.

그는 그것을 쓰고 살아남되,

언젠가 그걸 벗고 날아오를 그 날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구조를 설계하는 자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너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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