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추었고, 너는 요동한다

현대적출가자

by 이선율


​999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마 앙굴리말라가 마지막 한 명을 채우기 위해 부처를 뒤쫓는다. 아무리 달려도 스승의 뒷모습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지친 살인마가 소리친다.

"멈추어라, 수행자여!"
​부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돌아보며 담담히 말한다.


"나는 멈춘 지 오래되었다.

멈추지 않은 것은 너뿐이다."


​이 선문답 같은 이야기는 오랫동안 나에게 풀리지 않는 화두였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 이것은 물리적인 정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요동(Fluctuation)'**에 대한 이야기다.


​앙굴리말라는 '살의'와 '집착'이라는 거대한 플러스 원(+1)의 파동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 그의 내면은 분노의 불길로 활활 타오르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와 같다. 그는 그 요동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다음 살인이라는 또 다른 +1을 향해 폭주한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


​반면, 부처의 내면은 완벽한 평형 상태다. 그는 감정과 생각이라는 내면의 +1과 -1의 파동이 그저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주의 자연스러운 리듬임을 안다. 그는 더 이상 그 파동에 휘둘리지 않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중심의 공(空)'**에 고요히 머문다. 이것이 바로 "나는 멈춘 지 오래되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다.


​결국 부처의 가르침은 이것이다.


"앙굴리말라여, 너를 미치게 하는 그 거대한 분노의 요동은 너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네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파동일 뿐이다. 너 또한 본래는 고요한 '공'이다. 그 요동을 멈추고, 너의 중심으로 돌아오라."


​우리 모두의 안에는 한 명의 앙굴리말라가 살고 있다. 분노, 불안, 집착이라는 이름의 요동에 사로잡혀 멈추지 못하고 폭주한다. 그러나 이 설화는 말한다. 그 모든 요동 속에서도, 우리 안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공'이 존재한다고.


​그 멈춤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구제'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