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기 위하여

by 이선율

우리는 가족과 돈, 명예를 얻으면 처음엔 그것이 세상의 풍파를 막아줄 단단한 성벽인 양 든든해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성벽은 나를 지켜주는 동시에, 나를 가두는 감옥이었음을. 나를 증명하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족쇄가 되어 마음의 불편을 야기한다.


내게는 10년 된 티티카카 자전거가 있다. 브레이크는 삐걱거리고 기어는 뻑뻑하다.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그 자전거를 탈 때 가장 자유롭다. 누가 훔쳐가도 그만이다. 잃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주는 완전한 해방감. 나는 그 안에서 진정한 소유를 경험한다.


세상은 말한다. "그래도 한번 태어나서 무거운 옷쯤은 입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답하고 싶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자라면, 그렇게 하라"고. 무거운 옷은 입는 기쁨보다, 그것을 벗거나 빼앗길 때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나는 이 관계지향적인 호모 사피엔스들의 무리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네안데르탈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들은 겉과 속이 다른 언어로 동맹을 맺고, 편을 가르며 자신의 영토를 지킨다. 나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두렵고, 그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참기 어려운 고독감을 경험한다. 어쩌면 그들도 같을지 모른다. 그들 또한 무거운 옷을 입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나는 좀 더 예민하게, 그 족쇄의 무게를 더 빨리 감지하는 것일 뿐.


그러니 더 가지려 하기보다, 더 가벼워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나의 일부가 되지 않도록. 언제든 떠나도 괜찮을 정도로 가벼운 삶을 살아내는 것.


이것은 단지 나의 안위를 위한 이기적인 다짐이 아니다. 어차피 언젠가 모든 것을 놓고 떠나야 하는 필멸의 존재로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유일한 지혜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