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는 나중에
미니멀 라이프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생겼다.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사는 생활 방식이다. 물건이 적으니 청소하기도 편하다. 청소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딱인 것 같았다. 우리 집을 둘러보았다. 물건이 너무 많았다. 결혼한 지 3년 차 신혼집 같지가 않았다. 아이도 없는데….
시아버지와 남편이 살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시아버지는 따로 살림을 내셨는데 필요한 살림살이를 옮겼어도 남은 살림살이가 많았다. 대부분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쓰신 물건이다. 결혼하면서 4대 가전과 3인용 소파, 1인용 안락의자를 새로 샀다. 가전제품 사은품으로 밀폐 용기와 세탁바구니, 다리미, 믹서 등이 딸려 왔다. 거기에 내가 가져온 살림살이가 더해졌다. 쓰던 냉장고는 버렸지만 냉장고를 채웠던 반찬과 양념이 그대로 왔다. 커진 냉장고에 음식도 가득, 주방 수납장에 그릇도 가득 찼다. 냉장고 구매 사은품으로 받은 반찬 용기를 넣을 곳이 없어 수납 상자를 새로 샀다.
살림을 합치고 보니, 있는 것은 여러 개이고 아예 하나도 없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쿠킹랩은 3개나 되는데 세숫비누를 놓을 갑이 없고, 손톱깎이 세트는 3개인데 파스타를 담을 큰 그릇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남편은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또 프리랜서라 집에 지난 일에 쓴 자료 등이 많다. 남편은 이 집에서 8년을 살았다. 물건을 정리할 일이 없던 것이다.
집에 있으면 물건 때문에 집이 무너질 것 같았다. 1년 동안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는 거라던데...
시간이 날 때마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쓰시던 무거운 사기그릇, 안 쓰는 냄비, 오래된 화장품. 물건을 많이 버렸는데도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후 2년 여만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집 물건도 정리를 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 집은 물건으로 가득 차서 살림살이는 책장과 소파, 책만 가지고 왔다.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챙긴 소파가 3인용이라 우리 집 거실에는 3인용 소파가 두 개가 되었다. 다른 방에는 소파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거실에 두었다. 하나는 텔레비전을 마주 보고 놓고 다른 하나는 거실 창 쪽에 놓았다.
거실을 차지하는 커다란 소파 두 개가 자꾸 거슬렸다. 소파 하나가 창을 가리고 있으니 거실이 어두워 보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파도 버리려면 돈이 든다. 중고마켓에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이것도 언젠가는 망가지겠지. 그전까지 잘 쓰면 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있는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창 쪽에 있는 소파가 창을 가리면 반대쪽에 놓으면 된다. 소파를 반대쪽으로 옮겨 보았다. 창도 가리지 않아 환하고 앉아 있으면 창 밖 풍경이 보였다. 겨울에는 창 쪽으로 옮겨 놓으니 남향이라 햇볕을 받아 따뜻했다.
물건이 많아서 힘들어하기보다는 물건이 많으니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두 개 있으니까 하나가 망가져도 상관이 없다. 당장 망가져도 다시 사기 위해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물건도 돈이다.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어떤 점을 크게 보느냐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가진 게 많아서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