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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cream Nov 20. 2020

게으름을 허락하노라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연일 날씨가 좋다. 베란다에 비치는 햇볕이 따뜻하다. 이제 집 안이 춥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밖에 나가 햇빛을 받고 싶다. 계획을 세운다. 오늘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한 번 돌려야 한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리면 3~4시에는 나갈 수 있겠다. 적당한 시간이다. 해가 저버릴까 봐 걱정하지 않고 여유 있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요 며칠밖에 나갈 생각을 했지만 집안일을 먼저 하다 보면 5시가 넘어가기 일쑤였다. 내 주요 산책 코스는 달동네 위에 있는 공원이기 때문에 운동삼아 걷는 것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여름에는 천천히 걸어도 땀이 나서 돌아오면 바로 샤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할 시간에 나간다. 하지만 요즘은 덥지 않아서 한낮에 나가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나가면 바람이 불어서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땀이 날 것을 생각해 옷을 가볍게 입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추워서 빠르게 걷고 언덕을 오르면 또 땀이 난다. 천천히 주위를 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오늘이라면 여유 있게 산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설거지를 하고 집 안을 정리하고 나면 앉아서 한숨 돌리고 싶다. 커피 생각도 간절하다. 세탁기를 돌리고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았다. 앉을 때는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앉고 나면 인터넷을 켜게 된다. 그러면 한 시간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노트북을 껐다. 몸을 재게 움직여서 집안일을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점심 설거지를 하니 어느새 3시다. 마른빨래를 개고 나니 한숨 자고 싶다. 밝은 방에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낮잠을 자면 머리도 몸도 가벼워져서 회사에 다닐 때도 점심 식사 후에 낮잠을 즐겼다. 집에서 잘 때는 너무 오래 자지 않도록 알람을 맞추어야 한다. 잘 자면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깬다. 미리 알람을 끄고 누워 있었다. 잠을 잘 잤고, 따듯한 이불속에 있다. 이대로도 좋다. 4시. 산책 나가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런데 꼭 산책을 할 필요는 없잖아. 뭣 때문에 서두르는 거지? 밝을 때 책을 읽어도 좋고 글을 끄적거려도 좋잖아? 조금은 게을러 보이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 같지만, 오늘은 게으름을 부리기로 했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 거실에 놓인 책상에 빛이 남아 있었다. 몇 달째 읽고 있지만 아직 책장에 꽂고 싶지 않은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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