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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Apr 24. 2021

소르본 대학에는 학생 식당이 없다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프랑스어로 부담 없이 일상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 되었지만 어학원에만 있었던 탓에 프랑스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모교와 협정이 맺어져 있는 프랑스 학교를 알아봤고, 그중 하나가 파리 4 대학인 파리-소르본 대학이었다. 같은 학기에 소르본으로 교환학생 간 건 우리 학교에서 나뿐이었기에 교환학생을 학교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겪으며 얻어야했다. 


소르본 대학은 파리의 라틴지구(Quartier latin)에 위치해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대학이다. 파리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 가봤을만한 곳이 라틴지구이다. 라틴지구는 센강의 남쪽 지역을 지칭하는데 노트르담 성당에서부터 룩셈부르크 공원까지를 일컫는다. 


이 지역이 ‘라틴’ 지구라고 불린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가야 한다. 중세시대에는 대학의 모든 수업을 라틴어로 진행했는데 그런 연유로 많은 대학들이 모여있는 이 지역을 라틴지역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소르본 대학은 13세기의 신학자였던 로베르 드 소르봉 (Robert de Sorbon)이 학생들, 그중에서 특히 장학생들이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연 것이 그 시초였다. 중세 시대에는 학생들은 야외 혹은 임대한 장소에서 공부를 하였고, 현재의 대학교 건물이 있는 대학교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Nicolas de Lyre 의 작품에서 15세기 소르본의 신학 수업


라틴지구에는 소르본 대학인 파리 4 대학 (Université Paris-Sorbonne)을 비롯하여 파리 2 대학 (Université Panthéon-Assas), 그랑제꼴인 고등사범학교 (École Normale Supérieure, ENS), 파리정치대학 (Institut d'Études Politiques de Paris, Sciences Po) 등이 위치해있다. 



현재는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되었는데 그래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가장 난감했던 것이 점심식사였다. 학교 내에 따로 이렇다 할 학생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학교를 나서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에게는 비싸기만 한, 식당들만 즐비했다. 막상 학교 앞의 식당들은 가지 못하고 룩셈부르크 공원으로 올라가 그 주위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때우기 일쑤였다. 


그래도 소르본 학생의 특권이 있다면 강의 시간이 비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라틴지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실 수도 있다.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갈 때는 에스프레소의 카페인 때문인지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모를 두근 되는 가슴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라틴지구의 대표적인 건물인 팡테옹


*소르본에는 구내식당이 없지만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 및 학술 서비스 지역 센터(Le CROUS, Centres régionaux des œuvres universitaires et scolaires)에서 학생을 위한 13개 식당과 26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5개의 대학교 캠퍼스 주위에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이 이용할 수 있는 13개 식당을 아래 링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 CROUS를 알았더라면 조금 덜 배고프게 교환학생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https://www.sorbonne-universite.fr/offre-de-formation/vie-etudiante/resta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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