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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y 26. 2021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것

프랑스에 이런 농담이 있다. ‘프랑스의 국민 스포츠는? 테니스도 자전거도 아닌 바로 투덜대기’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은 투덜대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리에서 리옹으로 인턴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장기 숙소를 구하지 못해 에어비엔비를 예약하게 되었는데 그 집주인이랑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대출로 20년 상환 조건으로 자기 집을 마련해 에어비엔비로 안 쓰는 방을 내놓으면서 여행자들을 만나고 있는 프랑스 친구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그 친구에게 자연스레 내 상황과 비교하게 되었다. 나는 석사를 하고 있어 경제활동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친구를 보니 마냥 부럽기만 했다. 공기업을 다니고, 심지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기까지 했다. 워라벨은 더할 나위 없고, 재즈를 좋아해서 콘서트에 다니고, 같이 음악 연습을 하는 그룹이 있었다. 믿기 싫지만 잘생기기까지 했다.      


진짜 내가 저 친구라면 남 부러울 게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불평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정말 사소한 불평이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평을 많이 할까 진지하게 고민이 생길 때쯤 알게 된 사실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투덜거림은 문화라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불평이 많은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있다. 3위는 정부, 2위는 대중교통의 지연 및 파업 대망의 1위는 행정적인 문제였다. 특히나 대중교통 파업과,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행정은 외국인이었던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런 불평 문화를 반증이라도 하듯 프랑스어 사전에 ‘투덜거리다’라는 단어를 검색하더라도 나오는 동사가 bougonner, marmonner, grogner, râler로 무려 4개나 된다. 하지만 이로 끝나면 국민 스포츠가 아닐 터 이외에도 사용되는 맥락은 조금씩 다르지만 se plaindre, faire la gueule, rouspéter 등 다양한 맥락에 다양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다.      


우리도 생각해보면 친구가 인생에 대해서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할 때보다는 어려웠던 이야기를 할 때 더욱 공감이 될 때가 있다. 프랑스 사람들도 그래서인지 투덜대고 이를 공감을 할 때 비로소 더 돈독한 사이가 된 느낌을 받는 것 일지도 모른다. 프랑스는 혁명과 저항을 통하여 국가의 철학이 굳건해진 나라이기에 투덜거림 또한 일상의 작은 저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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