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이면 끝나는 화물 기사들에겐 최저임금제와 같았던 '안전 운임제'.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위해 파업을 시작했지만, 파업 전 정부가 제시했던 '3년 연장 안'마저도 얻어내지 못했다.
한 차례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하지 않았던 정부는 당초 제안도 거뒀고, 완강했던 화물연대 파업은 후반부가 될수록 국토부와 협상할 수 있는 장이라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 바빴다.
화물연대 본격 취재에 앞서서 내가 떠올렸던 건, 비조합원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모습과 같은 과격한 모습이었다. 또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금의 시점에서 파업이 길어지면 결국 기업 도산으로 돌아갈 곳 자체가 없을 수 있단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전북 군산에서 만난 화물기사들의 말하는 파업은 시기를 조율하기 힘든 생존의 문제였다. 하루 평균 500km 넘는 주행거리. 게다가 화물차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아, 도로 이용 편의를 위해서 새벽 시간에 도착토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밤 시간에 전국을 돌며 화물 운반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하면서 더 놀란 건, 한 화물기사의 치아였는데, 앞니에도 충치가 보였다. 그에게 충치를 묻지 않았지만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밤에 운전하다 보면 너무 졸려요. 그래서 계속 과자를 옆에 두고 먹게 돼요. 그러다 보니 당뇨병도 생기고 먹는 약이 10개가 넘어요."
또 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 운임제 적용을 못 받아왔지만, 그래도 그게 있어서 저희(사료)도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일요일 하루 집에 들어가 밀린 잠을 자기 바빴는데, 그래도 비교 기준이 있다 보니 안전 운임제가 생긴 이후에 가족들과 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돈 보다도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전 운임제로 인해 그동안 화주에서 차주 사이에 많게는 5차례에 걸쳐 중간 수수료를 떼는 물류 운반 구조도 안전 운임제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2차례 이하로 줄어 수수료를 덜 떼이다 보니, 같은 운반을 해도 이전보다 많은 운송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달 12만 km를 넘게 정도만 달려도 이전만큼 돈을 벌 수 있었다.
한 달을 밤새 전국을 달린 뒤, 그들이 손에 쥔 화물기사(컨테이너 부문) 평균 임금인 373만 원.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한 달 평균 근로시간은 281.3시간이었다. 임금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근로시간보다 117시간 넘게 일한 후 받은 돈이었지만, '귀족노조'라는 여론 속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시작된 그들의 파업이 이렇게 무력하게 백기로 끝나는 게 불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