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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Oct 04. 2023

이름 없는 별

"비로소 검은 도화지에 자수가 되기로"

어두운 하늘에 누군가

별 조각 몇 개를 흘리고 간 모양이다

쌍둥이가 맞댄 어깨라든가

오리온이 두른 허리띠라든가

그런데 그날의 그 별은 유난히 빛났다

사자와 곰 사이에서도

무척이나 용감하게

자신의 몸을 도거리로 부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너를 기억한다

시간의 풍화에 옅어지는 너의 얼굴도

소리도

향기도

끝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포갠 두 손만은

아릿한 감각으로 기억한다

투박한 내 손을 부드러이 쥐고

가장 빛나는 별들을 표지판 삼아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까지

그러다 만난 출처 모를 부랑자에게

서로의 이름을 붙여주곤

우리가 혹여나 우주에서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마주보고 외치기로

비로소 검은 도화지에 자수가 되기로

약속했던 밤

오늘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여전히

그 이름 없는 별은 아름답게 소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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