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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04. 2024

이 정도 창의력을 어떻게 뛰어넘나...

Laser beam eye flee muching tri-farter

여름방학 동안 첫째 아이의 영어 작문을 봐주고 있는데, 오늘 과제는 새로운 벌레를 만들어보라는 거였다. 문제에는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고, 천적은 무엇인지를 써보라고 했다. 아이는 이 주제가 맘에 든다면서 일단 쓱쓱 그림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들어올만한 작은 종이에 위에 보이는 벌레를 그려내더니 킥킥 대면서 상상력을 폭발시켜 글도 슥슥 써 내려갔다. 


The Laser Beam Eye Flea Muching Tri-farter

레이저빔 눈 -- 벼룩 냠냠 -- 3중 방귀벌레 (남초딩 취향스러운 게 다 섞인 느낌 ㅋㅋㅋㅋㅋ)


It looks like a white centipede with 3 butts and a head on his back. 

등에 머리가 달려있고, 엉덩이가 3개인 하얀 지네처럼 생겼다.


It lives inside a rock. 

돌 안에 산다 (오옷, 그나마 정상적인 문장 하나 ㅋ)


It eats fleas but if it can't find feas, it absorbs nutrients from the rocks  with his antenna. 

그것은 벼룩을 먹고 사는데 벼룩을 못 찾을 경우 더듬이를 통해 바위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한다.


It must avoid the silver lining blue undie bird because its feathers cause it to get very itchy and he scratches so much that he bleeds to death. After that the bird eats him. 

은색띠 빤스새를 피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빤스새의 깃털은 엄청난 가려움을 유발하는데 너무 긁다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빤스새는 죽은 사체(?)를 먹는다. 


아이가 도그맨, 캡틴 언더 팬츠, 13층 나무집 시리즈 좋아하는데 오늘 보니까, 당장 그 작가님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손색없는 글솜씨다ㅋ 설정이 황당무계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낄낄대며 읽었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가 되려면 이런 괴물(?) 같은 상상력을 지닌 사람들이랑 경쟁해야 하는 건데, 이런 상상력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나 ㅋ 숨 한번 크게 내뱉고 웹툰이나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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