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 아빠 Dec 12. 2023

‘모국어 습득 방식’에 관한 오해


엄마표 영어를 표방하는 영어 교육책들은 대부분 ‘모국어 습득 방식’을 강조합니다.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 충분한 ‘듣기’를 바탕으로 언어의 다른 영역인 ‘말하기’ ‘읽기’ ‘쓰기’를 발달시켜 나가는 것처럼 영어를 배울 때도 충분한 ‘듣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연령대별 영어 그림책과 영어 영상 추천 목록을 제시니다.


이런 ‘모국어 습득 방식’에 관한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애매'합니다. 일단 어린아이의 ‘모국어 습득 방식’에서 충분한 ‘듣기’를 강조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듣기’를 위한 방법에는 세심한 설명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언어 발달에 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독자에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의 영어 듣기를 위한 방법으로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과 ‘영어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을 제시한다면, 일반적인 독자는 자기의 시간과 노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영어 영상물 보여주기'를 선호할 것입니다.


더구나 엄마표 영어책도 출간하고 유튜브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지도 있는 작가가 '영어 그림책 소리 내어 읽어주기'와 '영어 영상물 시청'은 서로 대체되는 것처럼 설명한다면, 평소 어린아이의 영상물 시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부모조차 어린아이의 영상물 시청에 관한 반감을 줄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에게 일찍부터 영어 영상을 보여주면 소리와 관련 있는 ‘듣기’와 ‘말하기’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인 ‘읽기’와 ‘쓰기’는 좀처럼 뛰어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럴까요?


지루하고 정적인 책 읽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책 속 이야기의 재미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른 책들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의 재미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러나 책 속 이야기의 재미를 미처 알기도 전에 영상이 뿜어내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에 먼저 익숙해져 버리면, 그 아이가 책 읽기라는 지루함을 이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자기의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스튜디오라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녹음된 깨끗한 음질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도 되지만, 그 가수의 콘서트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현장에서 가수의 목소리와 호흡을 날 것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어린아이의 영어에서 '듣기' 환경을 만든다고 '영어 영상 보여주기(혹은 오디오북 들려주기)'를 먼저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에 결코 비할 바가 못됩니다.


Unsplash의 Kelly Sikkema


작가의 이전글 운전석과 조수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