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성 Jan 18. 2023

추위

#2

사람은 추운 것보다 더운 걸 더 잘 견디는 동물이기 때문에 조금만 추워져도 몸이 예민해져. 그리고 따뜻함을 느끼면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본능이 핏속에 있지.


또 하나 식물과 사람이 다른 점이라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과 자신을 착각해. 어떤 것을,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자신과 상대방을 점점 더 똑같이 생각하는 본능이 있단다. 내가 추우면 상대방도 추울 거라고 생각하고 사람들끼리는 이걸 통해 애정과 다정함을 확인하며 살아가.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은 사람과 다르지.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온전히 느끼며 그때그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겨울이 온다고 식물에게 이불을 덮어주면 식물은 계절을 착각하게 되겠지. 물이 모자랄까 봐 매일 물을 주면 식물은 원래 그 땅에는 물이 많은 줄 알고 가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을 거야.


만약 식물이 겨울에 추워서 죽었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겨울을 애초에 나지 못하는 식물을 심었기 때문이겠지. 가뭄으로 죽었다면 네가 그 식물이 물을 얻는 방식을 처음부터 잘못 이해했기 때문일 거고 그 모든 걸 넘어서는 자연재해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해라고 부르는 거야.


정원을 가꾸는 시간을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경험하는 데에 조금 더 의미를 뒀으면 좋겠어.


정원의 생명들은 겨울이 춥다는 사실을 정말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단다.



작가의 이전글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