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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9. 2023

덩굴

#1

식물들 중에는 스스로 줄기를 세우고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는 식물들이 많지만 그런 식물들이 애써 자랄수록 덩굴식물들은 그걸 타고 올라가 더 쉽게 좋은 자리들을 차지한단다.


숲에는 수십 년 동안 몇십 미터가 되도록 키를 키운 나무들도 많지만 이 덩굴에 잘못 걸리면 꼭대기까지 채 타고 오를 필요도 없이 당장 한해만에 쓰러지기도 하니 정말 피곤한 식물이야.


개중에는 간단하게 뜯어낼 수 있는 덩굴들도 있지만 어떤 줄기들은 연장이 없으면 손으로 끊어지지도 않고 가시나 독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덩굴이 자라는 걸 신기하게만 보고 있다가는 정원이 망가진단다.


끝없이 자라던 덩굴도 막상 자기가 붙어서 기생하던 나무가 쓰러지면 기반을 잃은 만큼 자신을 잃지만 이내 또 타고 올라갈 나무를 찾아서 헤매는데 참 보기 싫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하고 그래. 사람들은 뱀을 무서워하지만 나는 뱀한테 물린 적은 없어도 내 정원이 덩굴한테 당한 적은 많지.


모든 식물들이 다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아. 조심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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