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식물이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를 꼽자면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부분들에 대한 태도야.
나무가 가을에 낙엽을 떨어트리는 건 겨울 동안 무거운 낙엽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만 꼭 가을이 오지 않아도 식물들은 필요 없는 잎들을 떨어트린단다.
너무 아래에 있어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잎이나 물에 빠져서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잎이 있으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말려버리고 더 좋은 자리에 새 잎을 내지.
뿌리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물을 받지 못하거나 미생물들과의 연락이 끊긴 부위가 있으면 대번에 새 뿌리를 내는데 집중한단다. 사람들이 식물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런 경우인데 사실 식물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환경에 문제가 생긴 거야.
사람들이 식물에게 저지르는 실수는 뭔가 부족한 것보다 필요 이상의 무언가를 주다가 균형이 깨지면서 문제가 생기지. 식물은 주어진 상황을 이겨내기도 하지만 몸을 움츠리고 상황을 살피는 것에 더 익숙한 생물이야.
양분이 부족해지면 피우려던 꽃도 말려버리고, 강한 햇빛을 만나면 약한 잎들이 타도록 내버려 두고, 사람 입장에서 보면 너무 쉽게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매정하지.
식물은 그렇게 살아갈 뿐이란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생각과 시간을 살아가는 방식이 있듯이 식물도 그냥 그 순간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식물은 식물다웠기 때문에 여태껏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