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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Feb 16. 2024

136

2.16

이 시대의 다정 


노트북을 챙겨

거리로 나가

똑바로 선다

아직 살아 있다

담배를 피워 물고

하늘을 노려본다

무엇인가 자꾸만

일그러지고 있다

푸르스름한 연기

몰락과 피폐

속에서

역동적인 기로에 선

무엇인가 자꾸만

선명하고

희끄무레하게

소용돌이친다 


더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유일한 결론은

죽음

자문해 보면

몸 한구석이

거짓말처럼 시렸다

미련이라는 명줄은

질기다 


발바닥으로

생을 누르며

온종일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나는 가끔씩 어떤

거대한 압력에

짓눌린다

그들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그들의 노예다

그들의 눈은 

그러나 그들은

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나를

풀어놓는다

들짐승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하라나

뭐라나

그 다정다감한 눈을

한 번 깜빡이지도 않고 


가끔씩 

저항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그들은

셔터를 누른다

플래시가 번쩍이는 순간

나는 봉인된다 


그리고 눈먼 자가 된다

무명 속으로 

환하게  


이것은

이 낡은 별이 끝끝내

멸망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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